[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로 치솟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규제에 나섰지만, 은행권에선 원인 진단과 해법 모두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금융 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와 관련해 이달부터 오는 10월까지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가계대출 취급 실태 점검에 나섰습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약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전월대비 늘어난 6조원 대부분이 주담대였습니다. 당국은 50년 만기 상품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 우회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은행권에서는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과연 가계부채 증가 원인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습니다. A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둔다면 그 전보다 대출이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가계부채는 금리나 시장 흐름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며 당국의 분석을 반박했습니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DSR 우회수단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B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고점을 찍던 때와 달리 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영끌’하는 차주는 많지 않은데 DSR 우회 수단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통상 실질 상환 기간이 10년 내외임을 감안하면 원리금 부담을 낮추려는 점도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 가입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데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습니다. C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라고 해서 대출한도가 드라마틱하게 높아지는 건 아니라 어차피 주택을 살 사람들은 사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는 신한은행만 만기가 40년이 넘는 주담대에 대해 만 34세 이하로 연령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은 연령제한 외에도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국이 50년 만기 주담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며 "DSR산출을 40년으로 하고 실질 만기를 50년으로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걸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50년 만기 주담대 연령제한에는 동의하면서도 "실제 가계대출 증가 요인은 경기부진과 함께 기준금리가 경기 상황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