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입니다. 오늘과 다르지 않을 내일일 겁니다. ‘일상’,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그래서 보이지 않고 느끼지 못하지만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대단하고 또 엄청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 바로 잃었을 때의 ‘상실감’입니다. 이건 사실 ‘버틸 수 있다’는 전제가 들어갔을 때의 해석입니다. 하지만 딱 하나의 변별력이 투여 됩니다. 이런 것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또 다른 불특정 다수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당연한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 우린 이런 것을 범죄라 합니다. 이 범죄와 일상의 결합. 요즘 뉴스를 채우는 가장 많은 단어. 바로 ‘묻지마 범죄’일 수 있습니다. 내가 될 수도 있는 범죄의 표적. 길을 걷다가 또는 그저 가만히 있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세상. 가장 최근에는 대낮 인적이 많은 공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성폭행 사망 사건까지. 이런 무참함이 일상화가 된 세상에 대한 경고. 바로 ‘타겟’입니다. ‘균열’이란 틈을 통해 비집고 들어오는 일상의 붕괴. 붕괴를 통해 무너지게 될 견고했던 일상. 결국 무너진 일상이란 이름의 흙더미 속에 깔려 숨을 헐떡이는 피해의 고통은 이 모든 것을 만들고 비열한 웃음으로 전체를 지켜보는 ‘그것’의 목적이 됩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누군가, 즉 ‘타겟’이 필요합니다. ‘타겟’의 일상을 무너트리는 과정,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적나라한 범죄의 현장. 영화 ‘타겟’을 통해 우린 그 치사하고 비열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볼 기회를 버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타겟’의 평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할 수사는 바로 ‘현실적’. 이런 평가는 역설적으로 이 영화가 담고 있는 가장 비일상적 모습에서 찾아봐야 할 듯합니다. 주인공 수현(신혜선)이 자신의 일상을 파괴하면서 조여 오는 얼굴 없는 범죄자에게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면서 벌어지는 점층적 균열의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건 다시 말해 현실의 일상에서 우리 모두가 이 영화 속 과정의 공포를 충분히 그리고 오롯하게 고스란히 느끼고 있단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겟’ 자체가 그리는 서사의 흐름이 ‘현실적’이란 수사를 이끌어 낸 듯합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타겟’은 현대인들에겐 일상이란 단어에 이미 흡수된 ‘중고거래’앱이 메인 소재입니다. 누군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익명성이 보장된 타인과의 물품 거래를 한단 것에서 출발합니다. 이 문장에서 ‘익명성’은 이 앱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때문에 반대로 범죄의 가장 큰 표적이 될 수 있단 약점도 됩니다. 결국 실제로 중고거래를 통한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타겟’의 모티브 역시 그 지점에서 출발했습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주인공 수현은 30대의 건축사무소 직원입니다. 그는 고장 난 세탁기를 대신할 중고 세탁기를 한 대 구입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하필이면 수현이 거래한 인물이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였습니다. 불특정 다수와 만남을 할 수 있단 장점을 이용한 이 범죄자의 중고거래. 거래자를 찾아가 그들을 죽이고 죽인 거래자의 물품을 중고 거래로 처분하면서 증거 인멸 및 수익을 올립니다. 이런 과정에서 수현이 걸려든 것입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일단 수현은 돈을 입금하고 중고 세탁기를 배달 받습니다. 하지만 세탁기가 고장이 난 상태였습니다. 사기를 당했단 사실에 수현은 사이트를 뒤져 범인을 찾기 시작, 결국 찾아냅니다. 여기서부터 현실과 영화적 표현의 경계가 벌어집니다. 즉 다시 말해 ‘현실적’이란 역설의 감정을 건드리는 포인트가 됩니다. 수현은 범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적극적 대처를 합니다. 범인이 수현에게 세탁기를 배송 했었습니다. 즉 범인은 수현의 핸드폰 번호는 물론 집 주소까지 다 알고 있단 겁니다. 이걸 간과했던 수현입니다. 현실이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방법이 영화적 표현에선 당연하게 선택됩니다. 즉, 영화는 ‘당신이 두려워했던 그것’을 여과 없이 스크린에 투영시켜 줍니다. 여기서부터 ‘현실적’이란 포인트에 힘이 실리게 됩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인은 수현을 괴롭히는 기상천외한 방식을 모두 동원합니다. 이 방식 모두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고 또 이미 실제 범죄에서 등장한 바 있는 악의적인 것 들뿐 입니다. 더 끔찍한 건 범인의 결정입니다. 범인은 먹이감을 잡았다 놓아주는 등 이른바 사냥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육식 동물의 행위를 연습하는 듯합니다. 초반에는 수현을 골탕 먹이는 정도로 시작을 하지만 점차 수위를 높입니다. 급기야 일상을 무너트리고 정신을 무너트리고 결국에는 수현의 인격 자체를 붕괴시켜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수현을 더욱 공포감에 몰아 넣어 버리는 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일상의 상징인 ‘집’이 역설적으로 범인의 행위가 펼쳐지는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된 단 것입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타겟’의 포인트는 ‘현실성’이란 단어에 집중됩니다. 이 영화의 상황 그리고 범인이 수현을 괴롭히는 방식 등 전체가 사실 ‘현실성’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설명하려면 ‘역설적’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사용될 수 밖에 없겠다는 확신이 섭니다. 그 확신의 배경은 이런 것입니다. ‘타겟’에서의 범행 시작은 IT기반 개인정보 유출입니다. 이건 현실에서 너무 많은 범죄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그리고 또 담고 있는 상황과 방식은 지극히 영화적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 속 과정을 통해 ‘지극히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란 확신을 주게 됩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메인 소재는 ‘중고거래’ 사기를 통한 살인 및 일종의 가스 라이팅 범죄입니다. 하지만 모바일 범죄의 여러 케이스가 극 자체의 흐름 강조를 위한 소스로 투여 됩니다. 일명 ‘초대남’(성행위만을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의 남성을 모집하는 행위) 범죄 장면은 감정의 불쾌 지수를 치솟게 하는 지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타겟’은 현대인 생활의 필수이면서 일상과도 같은 중고거래로부터 시작됩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법한 일상입니다. 그 안에서 ‘타겟’은 영화의 시작을 알립니다. 때문에 극중 수현의 상황에 몰입하고 빠져드는 시간이 상당히 짧습니다. 그래서 수현의 상황에 공감의 지수가 올라갔다면 이미 ‘타겟’의 목적에 빠져든 뒤입니다. 그 지점부터는 수현이 당신이 되고 당신이 이미 수현이 된 뒤입니다.
영화 '타겟' 스틸.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 장르에서 ‘역설’을 통해 ‘현실’을 강조한 방식.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일상과 비일상의 균열. ‘타겟’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오는 30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