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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적자에 산은 HMM 매각 서둘러”…졸속 우려
산업은행, 한전 적자부담에 출자금 현금화 필요성 압박
입력 : 2023-08-24 오후 3:48:2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HMM 인수전 흥행 부진에도 산업은행이 졸속 매각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전력 적자가 깊어 산업은행을 압박하는 배경 때문입니다. 현대차, 포스코, CJ 등 쟁쟁한 후보들이 입찰을 거부해 인수전은 '보아뱀 전략'화 됐습니다. 이에 유찰이 더 좋은 선택지일 수 있지만 한전 적자가 부담입니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으로 주가가 더 떨어질 여건도 시간을 재촉합니다. 시장에선 졸속 매각할 바엔 차라리 공기업화하는 게 낫다는 반응도 보입니다.
 
24일 재계 관계자는 “예비입찰 참여 업체들에 대해 산업은행도 실망하는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한전 적자 때문에 출자지원금 등을 현금화해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차례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이 9분기째 적자를 보면서 국민 여론도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전 부실을 만회하기 위해 HMM 매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입니다.
 
예비입찰 참여업체는 LX인터내셔널, 동원산업, 하림-JKL파트너스 컨소시엄, 독일 하파그로이드입니다. 자금력으로는 하파그로이드가 앞서지만 국내 최대 선사를 해외 법인에 내줄 수 없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선 독일 선사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입찰에 참가해 의도를 의심합니다. 실사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노출될 것을 염려하는 시선입니다.
 
나머지 그룹들은 매각 대상인 HMM보다 재계 순위가 떨어집니다. 경영권프리미엄을 얹어 6조원에서 10조원까지 예상되는 인수대금 조달력이 부족합니다.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올 수밖에 없는 만큼 승자의 저주마저 투영됩니다. 국내 기간산업인 HMM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더 건실한 후보를 찾을 수 있지만 한전 적자 외에도 환경은 복잡합니다.
 
재계에선 인수자금 조달 금리가 평균 8%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재무부담이 상당하지만 후보군들은 인수 후 HMM이 보유한 12조원가량 현금성자산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배당으로 충당하거나 아예 이를 담보로 차입매수 등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HMM의 풍족한 현금량은 후보군이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실탄을 지원받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인수방법은 HMM에 부정적입니다. 회사는 지난해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2026년까지 선복량을 120만TEU(현재 82만 TEU) 규모로 확대하고 벌크 선대를 55척(현재 29척)까지 90% 확장합니다. 또한 2022년부터 5년간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등 핵심자산을 중심으로 15조원 이상 투자합니다. 그 속엔 국제 환경규제에 대응한 LNG선 및 친환경 연료 기반 선박 확보 등 필수불가결한 성격도 보입니다. 당연히 현재 현금성자산을 투자용도로 써야 하지만 막대한 인수대금 채무를 안은 새 주인이 이를 전용할 것이란 우려도 낳습니다.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큰 변수는 영구채가 꼽힙니다. 상반기말 기준 2조800억원 미상환 전환사채, 600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가 남아 있습니다. 그 중 일부 전환권 행사 기간이 도래한 사채는 이번 매각 주식에 포함시켰습니다. 산업은행은 그 외 남은 사채도 주식전환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앞서 인수 희망가를 먼저 제시했던 SM그룹은 이같은 오버행 부담에 입찰 참여 전제로 주식전환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주식전환 물량이 풀리면 주가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은행도 매각을 늦출수록 불리해지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운임지수 하락 등 업황도 내리막입니다. 이 때문에 아예 HMM을 공기업화하자는 얘기도 안팎에서 나옵니다.
 
한편, 남은 주식 관련 채권의 스탭업 조항에 따르면 현재 3% 수준 이자율이 6%까지 상향됩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HMM이 상환요구를 할 것이 확실시 되는데 산업은행은 현 주가를 고려해 주식 전환하지 않을 경우 배임이란 논리를 앞세웁니다. 앞서 수차례 주식전환으로 이미 주가가 하락해 소액주주 반발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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