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인 마스크걸을 정주행했습니다. 탁월한 댄스실력에 넘치는 끼까지 장착(?)했지만 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한 김모미(나나, 고현정 분)가 인터넷방송 BJ를 하면서 일어나는 일들로 드라마는 시작합니다(스포 포함).
타고난 몸매와 댄스실력으로 뭇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하지만, 마음만은 순수하고 여렸던 마스크걸을 기만하는 남자들은 많습니다. 실연에 아파하는 마스크걸에게 술을 사주겠다며 접근한 '마걸남'도 그 중 하나입니다. 마스크걸에게 '마걸아, 마걸아, 넌 못생긴 게 아니야. 미국 가면 어트랙티브(매력적인)하게 먹힐 얼굴이야. 매력적이야'라며 접근합니다. 강간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항하면서 마스크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 출연 배우 안재홍, 나나, 이한별, 고현정, 염혜란, 감독 김용훈 16일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제작발표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드라마는 이 사회에서 불편하지만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자꾸 들춰냅니다. 외모 지상주의의 폐해, 학교 폭력과 직장내 따돌림, 강간과 정당방위, SNS의 부작용까지…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이 껄끄러운 이슈를 아주 기괴하고도 불편한 방식으로 풀어내거든요.
더욱 소름이 돋았던 것은요. 후반으로 이어지는 마스크걸의 딸(김미모) 이야기에서였습니다. 희대의 연쇄살인마를 엄마로 둔 죄로 그의 딸은 항상 손가락질을 받습니다. 그리고 소문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아이를 찾아 폭력으로서 이를 되갚아줍니다. 그리고 이 학교 저 학교 전전하게 되죠.
만나보지도 않은 존재로 인해 '살인자의 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사는 김미모. 어디에서 생긴지도 모르는 분노와 화를 어디에 풀어야할지 모르는 미성년자 김미모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했습니다.
1차적으로 가정에서 제대로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유아와 어린이, 학생들은 너무나 가볍고도 간단하게 인생의 나락으로 빠져버립니다. 이들에게 첫번째로 만나는 세상은 바로 가정이거든요. 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교와 사회로부터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김미모의 할머니는 미모에게 엄마(마스크걸)의 이야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했으며 한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보호자 노릇은 했지만 정서적이고 감정적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보듬지 못했습니다. 미모는 비뚤어져가기만 했고, 학교에서도 항상 쫓겨납니다. 친한 친구도 없습니다.
드라마 끝에서 밝혀지는 바이지만 미모의 인생이 그렇게 된 것은, 바로 마스크걸로부터 살해당한 주오남(안재홍 분)의 모친 김경자(염혜란) 때문이었습니다. 마스크걸을 죽이고자 했지만 실패한 김경자는 오랜 시간 '떡볶이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마스크걸의 딸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학교와 집으로부터 상처받던 미모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함께 떡볶이를 건네주던 그런 착한 할머니였습니다. 하지만 김경자는 동시에 미모가 마스크걸의 딸이었다는 소문을 퍼뜨렸으며 미모에게는 '무언가 억울하다면 더 크게 갚아주어라' 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미모는 자신도 모르게 김경자에게 조종 당하며 인생을 망치고 있었던 겁니다.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와 SNS, 인터넷방송의 폐해, 그리고 권선징악, 인과응보라는 교훈을 준다지만, 다른 포인트가 와닿았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이 꼬일 수 있다는 것을요. 결국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인터넷과 SNS, 여기저기에 개인정보를 흩뿌리며 살아가는 우리이기에 누군가에게 해가 되는 일, 누군가에게 원성을 살만한 행위는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더 확고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