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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타겟’ 신혜선 “너무 평범해서 더 어려웠다”
“주인공 ‘수현’, 점점 커지는 고통의 수위 표현 가늠키 어려워”
입력 : 2023-08-28 오전 7:00: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하연 도화지 같습니다. 무엇을 그리던 넓고 하얀 도화지를 가득 채웁니다. 그래서 그리는 맛도 바라보는 맛도 아주 그만입니다. 넓고 큰 새 하얀 도화지, 뭘 그리고 뭘 담을까. 매번 그래서 고민이고 또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섭고 두렵고 고민스럽기만 하다고 고민하지 않고 또 노력하지 않는 짓을 할리 만무합니다. 데뷔 이후 단 한 번 도전이란 카테고리 안에서 자신을 녹여 내지 않았던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연기를 조각 내고 펼쳐 봤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안에 유독 보이지 않던 그것’. 바로 공포/스릴러가 보이지 않았답니다. 곰곰이 따져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택해서 담아 버리면 됩니다. 그때쯤 한 영화의 시나리오가 다가왔습니다. 훑어보니 자신의 연기 카테고리에 한 번도 존재한 적 없던 공포/스릴러장르였습니다. ‘이거다싶었답니다. 덥석 잡아 채 올렸습니다. 그렇게 영화 타겟이 배우 신혜선과 만나게 된 순간을 전해 봤습니다. 신혜선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뚜렷한 철칙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배우라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어디서 한 쯤은 봤을 법한 이른바 자가복제를 가장 경계한답니다. 그래서 타겟속 신혜선은 우리가 단 한 번도 본적 없던 혜선이 됐습니다.
 
배우 신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데뷔 10년 동안 정말 수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신혜선입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딱 한 장르의 영화가 신혜선에게 오지 않았었답니다. 바로 스릴로장르였습니다. 신혜선도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진 전혀 인지하지 못해 왔던 지점이었답니다. 그는 타겟시나리오를 읽어본 뒤 그래서 그렇게 가슴이 뛰고 또 새로운 맛을 본 것 같은 두근거림에 휩싸여 있었답니다. 이런 스타일의 이런 장르, 너무 반가웠답니다. 그래서 타겟에 온 몸을 던져 봤답니다.
 
저도 정말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부분이에요. ‘내가 그러고 보니 스릴러를 한 번도 안해봤었네란 걸 알게 됐어요. 제가 뭐 장르를 가려가면서 작품 선택을 하는 건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스릴러가 저한테 없었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너무 많이 왔었어요. 신혜선 하면 떠올릴 만한 이미지가 너무 고착화 되는 건 아닌가 싶을 때 타겟시나리오를 받고 너무 짜릿했어요. 고민을 1초도 안하고 바로 하겠다고 했죠.”
 
배우 신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타겟은 최근 얼마 전 언론 시사회 그리고 일반 시사회를 통해 정식 개봉 전 공개가 됐습니다. 시사회 이후 이 영화에 대한 평가 중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현실적이란 단어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리얼리티를 말합니다. 영화적으로 꾸며 낸 듯한, 즉 다시 말해 지극히 영화적이란 느낌이 아닌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듯한 느낌이 너무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신혜선은 이런 의견에 이렇게 전했습니다.
 
너무 현실적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는 저도 동의가 된 게, 제가 연기한 극중 수현이란 인물이 너무 평범 하잖아요. 그냥 무색무취일 정도로 아무런 특징이 없어요. 그런 인물이 등장하는 상황도 역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진 특별한 서사가 없이 흘러 가잖아요. 쉽게 말해 캐릭터성과 사건의 특징적 서사가 없이 흘러가다 보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결과적으로 제가 모든 걸 계산하면서 극중 사건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감독님도 그걸 원하셨고.”
 
배우 신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신혜선의 표현을 좀 더 설명적으로 풀어 보자면 이런 것일 듯했습니다. ‘타겟에서 신혜선은 사건을 일으키는 범인에게 작은 것부터 점점 일상의 파괴를 경험하게 되는 인물입니다. 이상한 감정으로 시작해 의심 그리고 두려움 급기야 공포감까지. 점층적으로 커져만 가는 감정의 크기를 스스로 재단해서 각각의 상황에 배치를 해야 했습니다. 그 사이의 간격과 그 간격과 간격 사이의 감정적 크기를 어느 정도 차이로 둬야 하는지. 정말 쉽지 않은 작업이었답니다. ‘타겟을 선택하고 도전을 결정한 맛을 제대로 느꼈답니다.
 
“’쉽지 않은 도전이겠다싶었는데, 뭐 제대로 맛을 봤죠(웃음). 쉽게 표현하면 이런 것이었어요. 첫 번째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고통과 두 번째 괴롭힘을 당했을 때의 고통. 그 두 개의 크기를 어느 정도 차이로 둘까 였죠. 사실 이거 너무 어려웠던 게, 저랑 너무 달라요(웃음). 극중 수현은 그래도 정면으로 마주하고 대결하려고 하잖아요. 전 진짜 집에 혼자 있을 때 초인종 소리만 울려도 깜짝 놀랄 정도로 완전 쫄보에요. 안 믿겨 지시겠지만 절 아는 사람은 100% 고개를 끄덕일 팩트입니다. 하하하.”
 
배우 신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타겟에서 신혜선의 감정 소비는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상상 이상일 듯합니다. 일상이 점차 파괴되는 과정을 고스란히 온 몸으로 받아냅니다. 한 번에 모든 게 밀려오는 게 아닙니다. 장난 수준의 괴롭힘으로 시작된 것은 나중에는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변하게 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지 모를 상황이 일상의 모든 순간에서 존재한다고 상상을 하니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도대체 버틸 수가 있을까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신혜선은 이런 걱정과 기대를 한 번에 무너트리는 대답을 합니다. ‘쫄보라고 했지만 연기에서 만큼은 이보다 더 대범할 수는 없다를 선보입니다.
 
하하하. 저도 다른 선후배 배우분들 인터뷰를 보면 이런 질문에 배역에서 빠져 나오기 너무 힘들었다라는 걸 보고 나도 꼭 저런 대답을 해야지라고 마음 먹은 적도 있었어요. 근데 진짜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하하. 이런 스릴러나 공포 영화가 현장 분위기도 그럴 것이라 상상을 하실 텐데, 현장 분위기만 놓고 보면 거의 로맨틱 코미디 현장이에요. 다들 저한테 너무 잘해 주세요. 현장에만 가면 휴가를 가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제 컨디션에 모든 게 맞춰져 있었어요. 정말 대접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하하하.”
 
배우 신혜선.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타겟은 신혜선에 의한 신혜선을 위한 신혜선의 모든 감정이 투여된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난 10년 간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면서 언젠가 올지 몰랐던 스릴러를 한 편 더했습니다. 이제 빼어난 결과물로 스릴러의 모습을 하나 쌓아 올렸으니, 그 다음 스텝이 궁금합니다. 신혜선이 바라는 또 앞으로 그리고 싶은 배우 신혜선의 새로운 모습을 담을 그릇은 어떤 무엇이 될지. 신혜선은 예상을 뛰어 넘는 장르 하나를 꼽았습니다.
 
정말 완전히 망가지는 코미디 아니면 귀신이 나오는 공포를 해보고 싶어요. 특히 제가 요즘 공포에 빠졌는데, 겁은 많이 나죠. 그런데 계속 궁금하고 또 보게 되는 그런 거 있잖아요. 하하하. 제가 MBC ‘심야괴담회완전 광팬인데, 공포 영화 출연도 바라지만 거기 게스트 출연도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귀신은 무서운데, 제가 귀신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제가 귀신이면 그냥 다 알게 되니깐. 하나도 안 무서울 것 같은데. 맞죠? 그럴 것 같죠?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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