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사와 시민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맞아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에서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추모객들은 고인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교육부 강경 대응 방침에도 연가·병가 사용해 추모한 교사들
4일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는 오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근조화환 수십 개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교원단체 소속 자원봉사자들은 방문객들의 추모 활동을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학교는 이날 재량 휴업하고 학사 일정을 하루 멈췄으나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추모객들은 추모 공간에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남아있는 사람들이 애쓰겠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교육부가 이날 연가·병가 사용자에 대해 징계와 형사 고발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교사들이 고인을 추모하고자 학교를 찾았습니다. 교사들은 추모 공간에 헌화하며 연신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21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선배 교사로서 후배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인을 기리고자 이곳에 오게 됐다"며 "제 주변에도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헌화하면서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노라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우리 학교의 경우 오늘을 재량 휴업일로 지정하려 했으나 교육부의 강경한 태도에 취소해 연가를 써서 왔다"면서 "정부는 교사들의 추모 행위를 단속할 게 아니라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표했습니다.
자녀와 함께 추모 현장을 찾은 학부모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우리가 지금 누구를 추모하고 있으며 이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상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데리고 온 김현정 씨는 "교사와 학부모라는 관계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선생님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장소에 와서 이야기하는 게 훨씬 아이에게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함께 오게 됐다"고 했습니다.
극단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교사의 49재인 4일 교사와 시민들이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서울 서초구 교사 49재 맞아 전국 곳곳 추모 물결
고인의 49재를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날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주최로 '49재 추모제'가 열립니다. 유가족과 교직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김용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이 참석합니다. 이 외에도 강원·대구·광주·부산·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추모 집회가 열립니다.
국회 앞에서는 교사들의 대규모 추모 집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와 전북 군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지난 3일에도 경기도 용인에서 60대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추모 열기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고인의 모교인 서울교대 등 대학가에서도 추모 집회를 열 계획입니다.
한편 이날 임시 휴업한 학교는 전국 30곳에 불과했지만 전국 교사들이 대량으로 연가·병가를 내면서 단축 수업이나 합반 등 수업 방식을 바꾸는 학교가 다수 생겼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일선 학교가 학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본청 및 직속 기관 인력 300여 명과 11개 교육지원청 인력 550여 명을 지원했습니다.
극단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교사의 49재인 4일 교사와 시민들이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하고 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