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사들이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의 49재를 맞아 국회 앞에 모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들은 해당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교권 보호' 법안의 정기 국회 내 처리 등을 요구했습니다.
교사들 "억울한 죽음 반복돼서는 안 돼…법 개정해야"
교사들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서초구 교사 49재 추모 집회'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7주째 매주 토요일에 국회 앞에서 추모 집회를 진행하고 있으나 평일 집회는 처음입니다.
당초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포하고 일과 시간 중 추모 집회를 개최하고자 준비하고 있었으나 교육부가 연가·병가를 사용해 집회에 참석하는 교사에게 징계·파면·해임 등의 조치는 물론 형사 고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사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4시 30분에 맞춰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교육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집회에는 교사와 시민들까지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이 모였습니다. 집회는 서초구 교사에게 바치는 카네이션 헌화, 94초 침묵, 유가족 헌화, 자유 발언, 노래 제창 등의 순서로 이뤄졌습니다.
집회 참여 교사들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또 '아동복지법',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등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함으로써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집회 사회자는 "'교권 보호' 법안이 이달 정기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여야가 내년 총선을 위한 정쟁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만큼 국회도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이들은 교육부가 집회 참여 교사의 징계·파면·해임 등을 거론한 게 협박·겁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교사들은 "교육부는 지금까지 교사들이 겪은 고통을 방관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교사들의 입까지 억지로 틀어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교사들을 향한 징계 협박을 당장 철회하고 본분에 맞게 교사 보호에 나서라"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집회 등의 행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교사들은 "다시는 어떤 교사도 홀로 죽음을 택하지 않도록 우리가 지키고 바꿀 것"이라며 "교육부가 진정으로 교사들을 보호하고 교사의 교육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그날까지 다 함께 행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교사와 시민 2만 여명이 4일 서초구 교사 49재를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서초구 교사 극단 선택 진상 규명·'교권 보호' 법안 정기 국회 내 처리 등을 요구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고인 근무했던 학교도 추모 발길 이어져…"그곳에서는 행복하길"
아울러 이날 고인이 근무했던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는 오전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고인을 기리기 위한 근조화환 수십 개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었고, 교원단체 소속 자원봉사자들은 방문객들의 추모 활동을 돕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학교는 이날 재량 휴업하고 학사 일정을 하루 멈췄으나 운동장 한편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추모객들은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남아있는 사람들이 애쓰겠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란다' 등의 글을 남겼습니다.
교사들은 추모 공간에 헌화하면서 연신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21년 차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선배 교사로서 후배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참담한 심정으로 고인을 기리고자 이곳에 오게 됐다"며 "제 주변에도 학부모 민원 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많이 있는데 지금까지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다. 헌화하면서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노라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자녀와 함께 추모 현장을 찾은 학부모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학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들에게 우리가 지금 누구를 추모하고 있으며 이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상세히 설명해 줬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데리고 온 김현정 씨는 "교사와 학부모라는 관계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어린 나이에 세상을 등진 선생님이 참으로 안타깝다"면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이런 장소에 와서 이야기하는 게 훨씬 아이에게 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해 함께 오게 됐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한편 이날 임시 휴업한 학교는 전국 37곳에 불과했지만 전국 교사들이 대량으로 연가·병가를 내면서 단축 수업이나 합반 등 수업 방식을 바꾸는 학교가 다수 생겼습니다.
극단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교사의 49재인 4일 교사와 시민들이 고인이 근무했던 학교를 찾아 헌화하고 추모했다.(사진 = 장성환 기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