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은행권의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경쟁이 치열합니다.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대화나 글, 그림 등을 창작해내는 인공지능 서비스인데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고객과의 소통도 더 원활해질 전망입니다. 다만 금융업의 핵심 가치인 신뢰성과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 만큼 양질의 데이터와 인프로 확보가 관건으로 꼽힙니다.
국내 은행, 'GPT' 특허 잇달아 출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6월 생성형 AI의 금융서비스 적용을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습니다. TF는 AI, 데이터 관련 업무를 주도하던 디지털혁신단을 주축으로 구성됐습니다. 신한은행 전담 TF는 챗GPT를 기반으로 대출 상품 153개 데이터를 활용한 실증(PoC)을 진행했습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사용자가 입력한 질문에 대해 적합한 대출상품을 추천하고, 우대금리와 상품간 비교 정보를 제시하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나은행도 '하나GPT' 등 관련 상표를 특허청에 출원하고 자체 대규모 언어모형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하나은행 데이터·제휴본부와 하나금융융합기술원 등이 주도하는 작업으로 금융권 데이터를 학습시켜 금융권 특화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겁니다. 내부 업무 효율화 프로젝트에 더해 하나은행이 운영 중인 '하이챗봇' 등에 활용할 수 있는데요. 은행 업무 외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 팁을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1년 AI사업부 내 초거대 AI팀을 꾸려 금융 특화 생성형 AI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우리은행 생성형 AI는 'AI뱅커' 서비스에 전면 도입될 예정입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성형 언어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대고객 서비스는 내년 상반기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대직원용 챗봇에도 쓰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구글 바드와 챗GPT를 활용한 실증을 진행 중입니다. 은행권 최초로 생성형 AI 통역 기능을 적용한 AI뱅커 서비스를 실제 3개 이상의 영업점에서 시연하기도 했습니다. 챗GPT 기반 AI뱅커 통역 서비스는 외국인 고객과 창구의 한국인 직원간 의사소통을 지원합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검색과 채팅, 요약, 문서작성, 코딩 등이 가능한 KB-GPT의 데모 사이트를 구축하고 직원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입니다. 대고객 서비스에 생성형 AI를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미정이지만, 내부 직원의 단순 업무를 줄이는 등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외선 금융정책 변화·고객 흐름 예측도
해외 금융권 생성형 AI서비스 개발은 국내보다 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지난 4월 챗GPT 기반 모형을 바탕으로 25년 동안의 미 연준 성명서를 분석해 정책 변화를 예측하는 '호크-도브지수' 모형을 개발했습니다. 시장 및 고객에 대한 다양한 가상의 데이터를 생성해 자사의 AI 모형 고도화에 투입한 것입니다. 또 AI 투자상담사 서비스인 '인덱스GPT'의 상표를 출원했습니다.
세계 은행들은 생성형 AI를 자사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기 위해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호주 투자은행 맥쿼리는 리테일 뱅킹 전체에 'AI 우선 접근 방식방식'을 적용할 방침입니다. 자사 앱에 AI 기반 기능을 장착해 고객이 현금흐름을 예측하고 거래를 분석해 결제 시점을 예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인데요. 이를 위해 현재 구글과 협업 중에 있습니다.
금융사 내부 업무에도 생성형 AI가 활용될 전망입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2017년부터 1만6000명 이상의 직원이 머신러닝 기술을 적극 활용해 고객의 자산 관리 및 투자자문 업무를 보조하도록 했는데, 최근에는 챗GPT를 도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AI어시스턴트'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내부 전산의 유지·보수를 위해 프로그래밍 코드를 생성하는 AI를 시범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권 AI 시장 연평균 30%대 성장
글로벌 은행권의 생성형 AI 시장은 2022년 6.2억달러(8239.2억원)에서 2032년 97.2억달러(12조9169억원)으로 10년간 연 32.7%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에서는 생성형 AI 채택으로 은행 산업은 연간 매출의 2.8~4.7% 정도의 생산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는데요. 실제로 은행업을 포함한 금융 산업은 전 세계 AI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권 AI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분야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2019년 3000억원에서 2021년에 6000억원으로 45.8% 증가했는데요. 2026년까지 연평균 38.2% 성장해 3조2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생성형AI가 금융권에 실제 도입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신뢰' 문제 해결이 관건으로 보입니다. 옥일진 우리은행 디지털전략그룹 부행장은 지난 5월 '금융산업의 AI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생성형 AI 기술이 갖는 리스크인 정보유출과 거짓 정보 생성 등이 금융의 핵심 가치인 신뢰와 상충하는 딜레마가 있다"며 "금융언어모델 개발에 있어 양질의 금융 데이터와 안전한 인프라 환경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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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