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전·현직을 막론하고 사법부 수장을 지낸 고위인사가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 바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인데요.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판사 시절이었던 2017년 법원행정처로 발령되면서, ‘법관 뒷조사 파일’,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게 되자 업무를 거부하고 사표를 제출했는데, 이 사표가 바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도화선이었습니다.
이후 수사에 나선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을 각종 재판 개입,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불법수집 등 모두 47건의 혐의로 2019년 2월11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전범기업 손배 소송 재상고 등 정부 관심 재판에 개입
‘각종 재판 개입’ 의혹은 양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 역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에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협조를 얻고자 정부가 관심을 두던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중 검찰이 주목하는 재판은 크게 4가지인데요.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전범 기업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고처분 효력 정지 재항고 사건 △옛 통합진보당(통진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등입니다.
강제징용 피해자 관련 소송의 경우, 검찰은 당시 대법원이 재상고심 재판에 개입해 일본 전범 기업 편을 들어주거나 선고를 지연하는 대가로 상고법원 도입을 얻어내려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비판적 판사에 문책성 인사, 헌재 동향 수집 등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이들을 반대 세력으로 규정하고 와해시키려 했다는 혐의입니다.
이 혐의의 쟁점은 이러한 문책성 인사가 정상적인 공무상 직무수행이었는지 아니면 선을 넘은 직권남용이었는지 여부입니다.
또 양 전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 견제를 위해 파견법관을 통해 내부 사건정보와 동향을 수집했다는 등의 의혹도 함께 받습니다.
검찰은 당시 대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관련한 헌재 동향을 보고 받고 청와대를 통해 헌재를 압박하는 등 헌재 결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양 전 대법원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2015년 전국 일선 법원에 공보관실 운영비로 책정된 예산 수억원을 소액으로 쪼개 인편에 현금으로 받아 법원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고위 법관에 대한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입니다.
지난 2019년 1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구속, 박병대 전 대법관 구속 촉구 기자회견.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