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적당히 익은 은행이 은행나무에서 떨어지고 살짝 시린 바람이 코 끝을 스치면 서여의도에서는 길 하나를 두고 서로 다른 양상이 펼쳐집니다. 국회대로를 가운데 두고 늦은 밤까지 분주한 모습, 국회도 그 앞 술집도 밤새 불이 꺼지지않는 계절. 바로 국정감사의 계절이 왔습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국가기관들의 행보에 대해 들여다보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는 청문회 자리입니다.
"국회의원은, 국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나!" 보통 뉴스를 보는 어르신들이 많이들 한탄하는 부분인데요. 바로 이같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어두운 부분을 비추고 문제점을 보완해 나아가는 역할을 합니다.
이 국정감사(국감)를 위해 의원, 그리고 그를 보좌하는 의원실 내 보좌진들은 한두달을 꼬박 사회 곳곳을 들여다보며 문제점을 찾습니다. 기자로 본 시각에서는 그렇게 선하던 보좌관도 호랑이처럼 두 눈을 부릅뜨고 여기저기 호통을, 조용히 지내던 비서관들도 귀를 쫑긋 열고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며 정보를 캐옵니다. 기자들도 보좌진과 협업하고 지적하며 자료를 만들어가죠.
그렇게 초조한 준비를 하며 국감을 대비, 10월이 시작되면 거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국회의 불은 꺼질 날이 없고, 집으로 퇴근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여나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어떤 증인이 어떤 발언을 할까 매일같이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며 '그 한마디'를 잡으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과가 끝나면 보좌진·기자들은 삼삼오오 대로 건너편 술집에 모여 한잔을 기울이곤 하는데요. 그 때 바라보는 국회가 참 안타깝고 반짝반짝 빛이 나더랍니다. 조금 마음 놓고 먹고있을까- '띠리리' 호출이 오면 전화기를 집어들고 다시 사무실로 가는 보좌진 친구들을 보면 마음이 아리기도 하고요. 남은 이들은 옹기종기 술잔을 기울이며 떠나간 이를 위해 '챙'하니 부딪혀주기도 하고요.
여하간 10월은 쌀쌀한 바람 한 번에 술잔 기울이기 좋을 때인데, 참 시원하게 아쉬운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