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카드 대출 및 리볼빙 평균 금리 공시가 강화되는데요. 금융당국은 카드사들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반면 카드사들은 조달금리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20일부터 새 신용카드상품 공시 시스템을 오픈하고, 카드사별 카드론·현금서비스·리볼빙 금리를 간단히 비교·분석할 수 있도록 개선합니다.
금융감독원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12일 신용카드업계와 함께 TF를 구성해 카드대출·리볼빙 금리 비교공시 강화방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요. 금융 소비자들이 카드사별 △현금서비스 △카드론 △리볼빙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공시는 금리 세부내역의 공시 기준을 '표준등급'에서 '신용점수'로 변경하는데요. 카드대출과 리볼빙 평균금리(운영가격)의 세부 구성요소인 기준가격(할인 전 금리)과 조정금리(마케팅 할인금리 등)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카드사들의 주요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 항목도 추가 돼 조달금리 대비 상품금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당국은 이같은 공시를 통해 카드사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입니다.
카드업계는 자율적인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한다는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카드사들은 조달금리 상승과 가맹점수수료 역마진 여파로 이익이 급감했는데요. 올 상반기 국내 전업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의 당기순이익은 1조4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5% 감소했습니다.
여신금융전문채권(여전채) 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하면서 조달비용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여전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4.618%로 한 달 전(4.436%)에 비해 0.182%p 상승했습니다. 지난 5월 말 여전채 금리가 3%대에서 4%로 올라간 이후로 꾸준히 오르는 중인데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 발행에 의존하고 있는 카드사의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지는 셈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카드업황도 안좋은데 조달 금리도 높아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카드론 금리에는 조달금리 뿐만 아니라 대손충당금, 운영비용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추가로 대출금리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금리 세부내역 공시 기준이 바뀌면서 금리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각 카드사 별로 내부적으로 정해져있는 표준등급이 있는데 각사 스코어링 시스템으로 데이터를 파악하고, 금리를 산정하고 있다"며 "그 중 하나인 신용평점 기준으로 소비자에게 일괄 공시될 경우 내부적인 금리 평가와 소비자 체감 간 간극이 발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