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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강풀 작가 “너무 재미있게 만든 ‘무빙’이다”
“디즈니+ 20부작 시리즈 인기, ‘원작보다 낫다’ 평가 당황스러웠다”
입력 : 2023-09-22 오전 7:00:1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웹툰’, 지금은 너무도 일반화 된 콘텐츠의 한 형태.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은 이제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들이 됐습니다. 그럼 이들, 다시 말해 웹툰을 그리는 작가들, 웹툰 작가들의 시작. 바로 이 사람입니다. 활동명 강풀’. 4050세대라면 너무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의 손에 의해 탄생된 작품 중 거의 대부분이 영화와 드라마로 재탄생 됐습니다. 요즘 웹툰 원작이란 단어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앞에 타이틀처럼 붙는데, 이 역시 강풀 작가 작품들이 시작이었습니다. 너무 많아 일일이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많은 작품이 영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웹툰 그 자체로는 대중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아온 그의 작품들이 웬일인지 영상으로 전환되면서부터는 힘을 쓰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상하게 그 맛이 잘 살지 않았습니다. 희한할 정도로 다른 느낌이 됐습니다. 아마도 웹툰 상태에서의 엄청난 상상력이 영상 언어로 전환되면서 기술적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 그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2% 아쉬움이 항상 남는 작가 강풀의 웹툰 원작영화 또는 드라마의 한계였습니다. 그래서 강풀 작가가 이번에 칼을 제대로 갈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 영화 또는 드라마로 재탄생 된 것은 2012년 개봉한 영화 ‘26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11년이 지났습니다. OTT플랫폼이 대중화된 2023, 글로벌 기업 디즈니+가 강풀 작가의 무빙에 주목했습니다. 무려 20부작으로 이 작품이 영상화 기획이 됩니다. 전체 예산만 500억이 투입됐습니다. 더욱이 강풀 작가가 20부작 무빙의 대본을 직접 쓰게 됐습니다. 이제 그의 상상력이 가로 막힐 일은 없게 됐습니다. ‘무빙의 글로벌 인기 원동력,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1화부터 7화까지 한 번에 공개된 무빙은 이후 매주 수요일 두 편씩 공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2018화부터 마지막 20화가 한번에 공개가 되면서 무빙은 막을 내렸습니다. 물론 시즌2 또는 강풀 작가의 다른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도 기대가 되는 엔딩을 맞이했습니다. ‘무빙의 재미를 위해 뉴스토마토는 강풀 작가와의 인터뷰 기사를 종영 이후로 미뤘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달 중순 함께 한 내용입니다. 당시 첫 인사는 글로벌 인기와 국내 신드롬이었습니다. 특히 강 작가는 박장대소를 하면서 인상적인 감상평으로 첫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제가 그래도 제 작품이 꽤 영화화 되고 그래서 이런 주목이나 경험이 낯설지는 않아요. 그런데 너무 당황스러운 감상평을 얼마 전에 온라인에서 읽어서(웃음). 어떤 분이 원작보다 훨씬 낫다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걸 읽고 정말 진지하게 이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싶더라고요. 하하하. 물론 너무 인기가 있고 사랑을 받으니 기분 좋죠. 그런데 제 손에서 태어난 제 작품들은 제 자식과도 같은데 원작보다 낫다고 하시니 내 작품들에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의 말은 분명 일리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그린 작품이 영상화가 된 작품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그럴 만했습니다. 문제는 디즈니+ 20부작 무빙의 대본도 강풀 작가가 썼단 점입니다. 그래서 강 작가가 더 민망해 하고 더 실없이 웃었던 이유입니다. 우연히 제작사의 권유를 받고 만화를 통해 포기했던 여러 설정 등을 마구 집어 넣으며 갇혔던 상상의 자물쇠를 풀어 버렸답니다.
 
원래는 다른 분이 초고를 쓰셨어요. 전 원작자로서 그저 조언을 해주는 정도로 읽어보고 의견을 내는 정도였는데, ‘한 번 써보겠냐라고 제안을 받았어요. 제가 내가 쓴 걸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죠. 그리고 2달인가 3달 만에 다 써서 보여 드렸죠. 그때 연출을 맡은 박인제 감독님이 상상의 한계를 두지 말아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만화로 그릴 때는 포기했던 것들이 생각이 나서 다 집어넣었죠(웃음). 뭐 예를 들면 1001의 대결 같은 경우는 만화에선 이걸 그리려면 100명의 얼굴을 다 그려야 돼요. 하하하. 그러니 포기를 하게 되죠. 근데 드라마에선 그냥 썼어요. 그런데 만들어 주시더라고요(웃음).”
 
'무빙'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이렇게 봉인이 해제된 상상력의 한계는 다른 캐릭터로도 확산된 듯했습니다. 일단 초능력자 멤버 가운데 전기를 사용하는 전계도(차태현)는 원작 웹툰에선 없던 캐릭터였습니다. 1화부터 7화의 분위기를 이끈 최고의 캐릭터 가운데 한 명인 프랭크(류승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프랭크 역시 원작 웹툰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강 작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두 명 모두 뭔가 급조되거나 새로움을 위해 탄생된 캐릭터가 아니랍니다.
 
일단 전계도는 없던 인물이 맞아요. 그런데 바꿔 말하면 생뚱 맞은 캐릭터는 아니에요. 자식 세대 캐릭터들이 부모의 보호 없이 자랐을 때 어떤 인물이 될까. 그걸 상상하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한 인물이 전계도에요. 그리고 프랭크는 전혀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에요. 아직 영상화가 되지 않았지만 히든이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인데, 제가 좀 먼저 끌어다 붙여 봤어요. 전체 분위기가 너무 하이틴 장르로 가는 것 같아 그걸 방지하기 위해 넣은 장치죠.”
 
'무빙'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은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으로도 눈길을 끕니다. 사실 화려함이란 단어만으로 무빙의 라인업을 설명하기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느낌입니다. 대한민국에서 톱스타라고 불리는 배우들은 모두가 이 작품에 출연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배우들이 충무로에서 중급 규모 이상의 상업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이 돼도 이상하지 않을 인지도들입니다. 이런 배우들이 무빙이란 단 한 작품을 위해 모여 든 것입니다. 놀랍게도 거의 대부분이 강 작가의 인맥과 전화로 이뤄졌답니다.
 
제가 캐스팅에 많이 참여한 건 사실이에요. 차태현 김성균 문성근 박희순 등은 제가 전화를 드렸어요.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캐스팅 안하죠(웃음). 그리고 류승범을 많이 물어보시는데, 뭐 인맥 카드 좀 한 장 제대로 썼죠 하하하. 제가 류승완 감독하고 많이 친해요. ‘프랭크를 어떤 배우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방인 느낌이 나고 좀 이상한 영어를 쓰고 대체적으로 이상한 느낌이 나길 바랐어요. 이 조건에 부합하는 배우가 류승범뿐이더라고요. 그래서 영상 통화 했고, 카카오톡으로 대본 보냈고. 되게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딱 일주일 지나고 형 할게요라고 메시지가 왔어요.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들을 통해 전해 들은 얘기로는 강풀 작가의 대본, 정말 특이 했다고 합니다. 그의 대본에는 대사보다 지문이 더 길었답니다. 일부 페이지에는 주석까지 달려 있었답니다. 강 작가는 이번에도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습니다. 그는 당연히 대본을 쓸 줄도 몰랐고, 대본을 본적도 없는 만화가, 즉 웹툰 작가였습니다. 하지만 제작사로부터 대본 작가 제안을 받은 뒤 아무 대본이나 구해 달라고 해서 형식을 익힌 뒤 쓰기 시작했답니다. 근데 자신만의 방식을 더했답니다.
 
전 대본이 뭔지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어요. 그래서 제작사가 구해 준 대본을 보고 그 형식에 맞게 써봤는데 전 안되겠더라고요. 그렇게 딱딱 형식에 맞게 쓸 자신도 없었고. 그냥 제가 잘하는 그림을 그리는 형식으로 써 봤어요. 그러다 보니 대사보다 지문이 더 많게 되는 경우가 많았죠. 근데 감독님에게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만드는 건 우리가 할 테니 재미있게만 써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대본이 네비게이션이라고. 길은 나와 배우들이 알아서 찾아갈 테니 그 길을 잘 찾을 수 있게 재미있게만 써달라. 감독님이 이런 말씀에 너무 힘이 났었죠.”
 
강풀 작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인터뷰 당시에는 아직 무빙이 절반 가량만 공개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강 작가가 많은 부분을 오픈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시 강 작가는 분명 모두가 만족할 만한 엔딩을 고민했고, 추후에 잘 될 경우 시즌2 혹은 다른 작품과의 연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단 점도 넌지시 담아내는 말을 전했습니다. 물론 이런 바람 모두 무빙이 정말 좋은 반응과 모두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일단 제 작품들 모두 전 재미를 위해 쓰고 그렸던 것들 뿐이에요. 제 작품 가운데 의도가 명확했던 건 ‘26이 유일했어요. 그건 그 의미만큼 작업하는 과정 또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그에 비하면 무빙은 그리면서도 또 쓰면서도 너무 즐거웠던 작품이에요. 그냥 지금도 생각하고 떠 올리면 즐겁고 행복해요. 이 작품 안에 사는 인물들은 좀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초능력? 재미있잖아요(웃음). 잘되면 브릿지’ ‘히든과의 연계도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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