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수능을 한 두 달 앞두고 벼락치기를 해봐야 의미가 없는 것처럼, 은퇴 준비도 비슷합니다. 은퇴 준비는 단기간에 하는 자산관리가 아닌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해야 하는 자산관리입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뉴스토마토>와 지난 15일 여의도 파크원타워에서 만난 자리에서 은퇴를 위한 자산관리 방안의 핵심은 장기적 대비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사진=신대성 기자)
우리나라 사회는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고령화 시대 자산관리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해 경제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고령자가 많아져 돈을 쓰려는 사람보다 미래를 위해 저축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인 금리도 내려가게 됩니다. 물가 상승 보다는 수익을 더 내는 구조를 가져가야 자산을 유지시키거나 효율성이 제고가 될텐데 물가 상승보다 금리가 더 밑에 있으면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입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과거와 달리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단 점입니다. 예전에는 국내에서만 금융투자상품을 활용했는데요. 지금은 미국, 일본 주식 뿐 아니라 성장 국가인 베트남 주식까지, 투자할 수 있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미 글로벌 시대가 됐기 때문에 글로벌 관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투자 대상을 찾으면, 우리나라는 고령화지만 자산관리 관점에선 고령화 이슈를 탈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대별로 노후를 위한 자산관리 방법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은퇴까지 상당 기간이 남아있는 3040세대는 경제활동을 하는 기간 동안 충분한 연금자산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투자 수익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기죠. 은퇴에 임박한 5060세대는 연금자산을 늘리려는 노력보단 잘 지키고 배분하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특히 젊은 시기에 투자 경험을 쌓는 것은 중요합니다. 투자는 변동성을 본인이 감내하면서 추가 수익을 내고자 하는 시도인데요. 젊었을 때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인지 본인 스스로 경험치가 쌓여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성공보다 실패 케이스가 많은 이유는 심리적인 훈련이 안된 부분에 기인합니다. 산업의 성장이 아닌 가격과 상황에 연연해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결국 실패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투자자들은 간접투자상품 타겟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해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TDF는 은퇴상황을 고려해 적정한 비중으로 투자를 관리해주니 투자초보자들이 활용하기 좋은 은퇴형 상품입니다. 투자형 상품의 수익률 제고를 하면서 심리적으로 덜 영향을 받는 실적배당형 상품입니다.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가능한데요. 주목할만한 업종이나 섹터가 있을까요?
퇴직연금 DC형이나 IRP로 직접투자는 안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ETF입니다. 퇴직연금 관점에서는 결국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이벤트, 이슈로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 보다는 선택한 산업, 국가가 5~10년 뒤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지 그려보고 장기 투자를 해야합니다.
최근에는 가격 관점에서 투자하기 좋다고 생각되는 업종은 글로벌 반도체 ETF, 글로벌 2차전지 ETF입니다. 글로벌 2차전지 ETF의 경우 과거 테슬라와 2차전지 관련주들이 많이 상승했을 당시 고점에서 상당히 조정을 받은 상태입니다. 반도체는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인플들이 반도체가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죠.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는 등 장기적인 기대가 있는 업종입니다.
디폴트옵션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퇴직연금 시장과 투자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가입 법인, 가입자들에게 디폴트옵션 가입 독려를 하는 과정에서 설명과 교육이 이뤄질텐데요. 적극적으로 운용을 하지 않으면 디폴트옵션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는 고지를 반복적으로 함으로 인해서 주기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이미 적극적으로 운용하던 사람에겐 큰 의미가 없는데요. 적극적인 운용을 위한 안전, 보조장치라고 보면 됩니다.
다만 디폴트옵션은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목적인데 우리나라는 초저위험 상품이 포함되면서 도입 목적을 퇴색시키고 말았습니다. 보통 퇴직연금, 퇴직금 등은 내 노후를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함부로 운용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강한데요. 우리나라의 금융투자 관련 교육이 경제 역량 대비 조금 부족했던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금융당국,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교육에 대해 고민 해주길 바랍니다.
국민연금 고갈로 인해 미래에 수령 시기가 됐을 때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개인의 고민 영역은 아닙니다. 국민연금 고갈은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의 문제입니다. 연금기금이 이미 고갈된 서구사회의 경우 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여 연금제도를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너무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젊은 세대들은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자산관리를 잘해서 혹시라도 국민연금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걱정 없이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