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류승룡’에게 기대할 수 있는 서사적 재미의 이미지. 일단 코미디. 류승룡의 코미디는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입니다. 1000만 흥행작 ‘극한직업’은 류승룡에 의한 완성형 코미디였습니다. 그 이전 필모그래피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럼 액션은. 강인하고 마초적인 그의 외형은 강렬한 액션에 최적의 안성맞춤 같은 필요충분 조건이었습니다. 영화 ‘표적’을 보면 류승룡이 만들어 내는 액션의 강인함이 완벽하게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드라마는 또 어떨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굳이 다른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류승룡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 분명하게 말하지만 흔치 않습니다. 아니 사실 ‘거의 유일무이하다’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절할 듯합니다. 그래서 디즈니+ ‘무빙’ 속 장주원 캐릭터를 떠올릴 때 ‘류승룡’을 대체 불가의 연장선에 놓고 고려했다는 제작진의 발언이 100프로 수긍이 됐습니다. ‘무빙’의 글로벌 인기의 원동력은 여러 배우들의 뚜렷한 존재감이 큰 몫을 차지하고 두 번째는 흔히 볼 수 없는 서사의 재미, 세 번째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대본에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이유들 속 류승룡의 존재감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 어느 것보다 높은 순도를 자랑한다고 해도 부인하지 못할 듯합니다.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은 ‘무빙’ 자체의 정체성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전체 맥락과 서사의 기준점을 완벽하게 제시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오롯이 류승룡이란 배우의 존재감에서 출발합니다.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들 가운데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은 무한 재생 능력을 가진 인물입니다. 힘이 세고 무한 재능 능력을 활용해 자신의 신체를 학대하며 타인에게 겁을 주고 그걸 이용해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는 조직 폭력배입니다. 하지만 마음 만은 정말 따뜻하고 순진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 장주원의 한 가지 약점이라면 ‘길을 잘 찾지 못한다’는 것. 그런 그에게 황지희(곽선영)는 구원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황지희는 그의 아내이자 장희수(고윤정)의 친모입니다.
“장주원은 ‘무빙’ 속에서 어느 누구에게서도 위로를 받지 못하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었죠. 그런 장주원이 길을 찾지 못한다는 건 큰 상징이라고 봤어요. 누가 뭘 어떻게 하라고 가르쳐 준 적도 없고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 장주원에게 지희는 정말 구원 같은 존재였을 거에요. ‘괴물’이라 불리는 자신을 유일하게 공감하고 인정해 주는 인물이었거든요. 그런 지희의 공감과 길라잡이 속에서 김두식(조인성)이 나타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됐죠.”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류승룡이 생각한 ‘장주원’, 극중에선 ‘괴물’이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무한 재생 능력을 통해 조직 폭력배로 활동하고 그 신체를 활용해 다른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선봉장 같은 역할을 합니다. 원작 속에서도 그리고 극중에서도 장주원의 과거 서사는 전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무자비할 정도로 그는 타인에게 무서움을 보여주면서도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한 없이 격한 모습을 선보입니다. 스스로의 신체를 학대하며 상대를 굴복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서 설명했지만 장주원은 원래 아주 순수한 인물이에요. 그런데 방치되고 또 관리되지 않고 풀어져 있을 경우에는 사납고 폭주하는. 어떤 야생 동물 같은 느낌으로 접근하면 공감이 쉽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장주원을 길들인 건 당연히 지희였죠. 지희를 통해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게 되고 또 공감하게 됐죠. 지희를 통해서 이타적은 존재로 바뀌게 된 것이고. 나의 고통이나 불편함이 있어도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위해 그 고통을 기꺼이 느끼게 되는 그런 이타심이었죠.”
'무빙' 속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장주원은 ‘무빙’ 초반 인기의 가장 뚜렷한 원동력이었습니다. 장주원 자체가 무한 재생 능력과 함께 엄청난 육탄전을 소화할 수 있는 신체 능력자였기에 ‘무빙’의 액션은 온전히 류승룡의 몫이었습니다. 그리고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무빙’은 동명의 원작 웹툰을 그리고 쓴 강풀 작가가 대본까지 담당했습니다. 강풀 작가는 웹툰과 달리 드라마 대본에선 상상력의 한계를 두지 않고 써 내려 갔답니다. 그래서 ‘무빙’ 속 장주원의 100대1 육탄 액션 장면은 최고의 화제로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 장면의 비밀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답니다. 류승룡은 혀를 내두르고 손사래를 쳤습니다.
“일단 그 장면은 극중에서 1박 2일 동안 벌어진 얘기에요. 근데 촬영은 정확하게 6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하하하. 안 믿겨지죠. 정말 그 100대 1 모텔 격투 장면만 6개월을 찍었어요. 처음에 강풀 작가 대본을 보고 저도 눈을 의심했어요. ‘이게 뭐지’ 싶었죠. 그냥 막 써 놓은 것 같았어요(웃음). 아니 100명하고 나 혼자 싸우는 걸 진짜 실제로 찍는다고. 근데 그걸 진짜로 했어요. 하하하. 결국에는 감독도 대단하고. 그걸 소화한 저도 대단하고.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해요. 하하하.”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무빙’ 속 류승룡의 액션 백미 중 하나는 초반 프랭크와의 격투 장면일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프랭크를 연기한 배우 류승범과의 호흡이 낯설게 그리고 격렬하게 표현됐습니다. 류승룡 역시 워낙 경력이 오랜 베테랑이지만 류승범과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었답니다. 류승범은 이젠 배우들에게도 ‘연예인’으로 존재하는 느낌이라며 웃었습니다. 류승범과 함께 현장에서 느낀 감정은 흥미롭고 또 재미있게 류승룡의 입을 통해 전달됐습니다.
“저도 이래봬도 1000만 영화를 몇 편이나 경험한 흥행 배우잖아요. 하하하. 그런데 류승범은 저도 되게 신기했어요. 배우들의 연예인 같은 느낌이랄까. 일단 액션도 너무 잘해요. 액션팀이 다들 류승범에게 90도로 인사를 하는데. 알고 보니 ‘아라한장풍 대작전’ 때 함께 했던 무술팀이래요. 그들에겐 류승범이 시조새 같은 느낌이죠. 하하하. 연기는 뭐 말할 필요가 없고. 근데 되게 신기했던 건, ‘무빙’ 속 그 외모로 촬영이 끝나면 영상 통화로 아이와 통화를 하는데 영어로 막 얘기를 해요. 되게 낯설고 웃기고 신기하고. 하하하. 암튼 정말 류승범과의 호흡은 묘한 경험이었어요.”
'무빙' 속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함께 한 ‘무빙’ 속 동료들.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누가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누가 가장 류승룡을 놀라게 했을까. 류승룡은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짐작을 하자면 ‘모든 배우들이 다 놀라운 존재감을 보였다’라고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류승룡은 정확하게 한 배우를 꼽았습니다. 그는 가장 묘한 경험이었다는 류승범을 넘어 놀라움을 안겨 준 배우로 한효주를 꼽았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굳이 한 명의 배우를 꼽자면 전 무조건 한효주를 꼽을 것 같아요. 물론 모든 배우가 정말 뛰어난 존재감을 보였지만 한효주는 제 예상을 넘어서 버리더라고요. 저랑은 ‘광해’때 함께 하고 이번에 만난 건데, 그때의 느낌과 지금은 정말 전혀 다르더라고요. 그 이미지의 배우가 고3 아들을 둔 엄마를 연기한다고? 저도 놀랐죠. 그런데 조금도 어색하지 않게 그걸 표현하더라고요. 한효주에게 국내는 너무 좁은 거 같아요. 정말 빨리 국제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최고의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 하하하.”
배우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당연히 마지막 질문은 시즌2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디즈니+에서 ‘무빙’의 인기를 감안할 때 시즌2는 거의 기정사실이 되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시즌2가 될지 프리퀄 또는 강풀 작가의 다른 작품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 다른 작품이 들어갈지. 그건 알 수가 없습니다. 류승룡 역시 인터뷰 당일까지도 ‘시즌2’와 관련된 부분은 전달 받은 바도 없고 진행 사항도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시즌2가 될지 다른 작품과의 콜라보가 될지. 아니면 ‘무빙’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강풀 작가의 다른 작품이 들어갈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요. 저도 전달 받은 바 없고. 일단은 강풀 작가를 감금하고 그를 다그쳐야 할 거 같아요(웃음). 시즌1에서 부모들이 자식을 보호하는 얘기를 했으니, 시즌2에선 자식들이 늙은 부모들을 보호하는 얘기를 하면 어떨까 싶네요. 하하하. 굳이 바람이라면 제가 몇 년 뒤에 환갑인데, 그 전에 빨리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