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가 상반기 저조했지만 하반기부터 살아날 것이라는 한은의 '상저하고' 전망이 쏙 들어갔습니다. 중국 경제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데다 유가 급등, 미국 긴축기조 장기화 우려 등이 겹치면섭니다.
우선 국제 유가가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최근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생산량 조절 속에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을 끌어올렸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았던 원유 가격은 올해 5월 70달러(약 9만4500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는데요.
최근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자발적인 감산 정책을 올해 연말까지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유가는 급등했고 이젠 100달러선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자발적인 감산 연장이 심각한 공급 부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도 합니다. 유가가 100달러선을 돌파할 경우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소비둔화가 이어질 수 있어섭니다.
이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제 유가 상승이 경기와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유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불확실한 게 많아서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유가 상승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무역수지도 악화될 수 있습니다.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3달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한 바 있는데요, 수출이 감소했지만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섭니다.
유가가 오르면 수입액이 늘어나기 때문에 수출이 크게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선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갈 수 있는겁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유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요, JP모건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연말까지 세계인플레이션을 약 6% 끌어올리고 앞으로 2분기 동안 글로벌 국내총생산에 1.3%의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통화정책 긴축 장기화 예고도 '상저하고' 예측이 쏙 들어가게 한 원인입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당분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되어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안정화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추가로 올려 한국과 금리 역전폭이 더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우려돼 한은의 고민이 커져섭니다.
또 고금리 기조가 길어질수록 우리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되어있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