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저축은행 부실채권(NPL) 정리 작업이 넉달째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캠코에 국한했던 부실채권 매각 창구를 민간으로 확대했는데요. 부실채권을 팔려는 저축은행과 이를 매입하는 유동화전문회사 측이 적절한 거래 방식과 가격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업계와 NPL 투자사들은 지난 7월 첫 만남을 가진 이후 현재까지 NPL 매각이 이뤄진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축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를 위해 연체채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개인 무담보 연체채권의 민간 매각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과거 당국은 지난 2020년부터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개인 차주의 연체채권을 캠코 외에 다른 민간 채권추심업자에 매각할 수 없도록 제한했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인 차주에 대한 과잉 추심을 자제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한 금융지원 조치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같은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저축은행들은 건전성 지표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저축은행의 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보다 1.92%p 급증했습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5.61%로 같은 기간 1.53%p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채권추심업체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부실채권을 일부 처리해왔지만 지난 2020년부터는 개인연체채권을 캠코에만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30~50% 할인율이 적용돼 매각을 진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국이 NPL 매각 주체를 민간 회사로 넓히면서 채권 정리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지난 7월 저축은행 NPL을 매입할 유동화전문회사로 우리금융 F&I와 하나 F&I, 대신 F&I, 키움 F&I, 유암코 등 5개사를 선정하고 업계와 상견례 자리도 만들었는데요.
다만 가격과 방식을 두고 이견이 크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NPL을 팔고자 하는 저축은행은 가격을 좀 더 높게 받기를 바라지만 NPL투자사들은 더 낮은 가격으로 사들이길 바라고 있는겁니다.
투자사들은 부실 채권을 매입해도 직접 추심을 할 수 없어 신용정보사에 위탁해야 하기 때문에 중간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이와 함께 제3자 재매각 또한 금지된다는 점에서 부실채권을 인수해도 큰 이익을 남기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추가 조치는 생각하지 않다는 방침입니다. 개인채무자 과잉 추심에 대한 우려때문인데요, 대부업체 매각은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결국은 가격 문제인데 중간에서 금융당국이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연내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채무자 과잉추심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대부업체까지 매각 통로를 넓히는 등의 추가 조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