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나는솔로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최근 나는솔로 인기가 뜨거웠습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는솔로 이야기를 하는 데다 SNS에도 짧은 클립 영상들이 올라와 안 보고도 대강의 내용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매 화마다 빌런이 바뀐다" "역대급 기수" 등의 수식어가 붙어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추석 전후로 해서 1화부터 정주행을 시작하며 나는솔로 인기에 탑승했습니다.
시청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은 '출연자들이 얼마나 빌런인가' 였습니다. 여러 하이라이트 장면들은 이미 짧은 영상으로 많이 접했습니다. 말이 와전되고 오해가 생기고 서로 다투기도 하는 등이요. 하짐나 정주행을 시작하니 전후 맥락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말이 불러오는 나비효과는 극적이긴 했지만 사람들이 악의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짧은 쇼츠가 아닌 전체 영상을 보면 사소한 오해들이 만든 불씨가 얼마나 커지는지는 알 수 있어도 출연자들이 빌런 씩이나 될까에는 의문이 남았습니다. 쇼츠로 보던 걸 몇회에 걸친 영상을 보니 이해가 되는데, 편집이 되지 않은 날것으로 보면 또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상이라면 서로 몰랐을 처세술과 미묘한 감정표현 등이 전부 녹화돼 공개되니 ‘빌런’이라는 수식어가 탄생한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나는솔로 같은 극히 제한적인 상황과 다릅니다. 솔로나라에서는 일주일간 짝을 이뤄야 하고, 짝을 이루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패배감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크고작은 갈등 속에서 캐릭터성을 부각해 편집시킨 콘텐츠 속에서만 이들이 살아가는 건 아니죠. 이들 역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입니다.
제작진은 이슈와 열풍몰이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출연진을 먹이로 던진 건 아닐까요. 제가 느낀 나는솔로는 마치 콜로세움 같았습니다. 연예인도 TV에 출연하지만 드라마엔 대본이 있고, 예능에는 일종의 상황과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PD들 역시 출연 연예인들이 단점이 부각되지 않도록 편집하고요. 그런데 나는솔로는 말 그대로 '날 것'인 데다 이들 출연진은 일반인입니다. 시청하는 내내 그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나는솔로의 장점은 날것이라는 점이지만, 이는 출연진에 대한 보호와 연결되지는 못합니다.
‘도파민 중독’ 사회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립니다. 콘텐츠는 더 짧아지고, 넘쳐 흐릅니다.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것입니다.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또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콘텐츠 시대입니다. 연예인과 비연예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인플루언서, 셀럽 등 경계선의 존재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공인이론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공론장에 나선 사람은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하는 것으로 감안하는 ‘공적인물’로 분류됩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동의한 나는솔로 출연진들이 해당될 수 있죠. 하지만 이들이 출연을 결심할 때 이정도의 파급력과 비판을 예상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콘텐츠 홍수 속에서 출연진에 대한 보호와 윤리적인 고민이 창작자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