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는 야금야금 올리고 우리대금리는 줄이고 나섰습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하자 이를 빌미로 이자마진 확대에 나선 양상입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전날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와 신잔액코픽스 기준 변동금리(6개월 신규)를 각 0.1%p, 0.2%p 인상했습니다. 신잔액코픽스 기준 전세대출 변동금리(6개월 신규) 역시 0.2%p 높아졌습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적정 포트폴리오 유지를 위해 금리운용 기준을 변경한 것"이라며 "변경 이후에도 당행은 대출금리가 낮은 편으로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의 경우 은행권 최저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은행도 13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p 올리고,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0.3%p 상향 조정할 방침입니다. 하나은행은 지난 1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p 낮춰 대출 금리를 올렸습니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내부적으로 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차원에서 대출금리 인하 압박을 주문하면서 억눌렀던 가산금리를 다시 조정하는 건데요. 당국은 50년 만기 주담대 등 도덕적해이 우려가 있는 상품 자제를 요청한 것이지, 대출 이자를 늘리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은행들이 또다시 얌체 영업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수신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어 가산금리 인상 추세를 더하면 대출금리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현재 수신금리 인상 속도는 대출금리 인상 속도보다 빠른 상황입니다. 한 달 전만 해도 3.75% 수준이었던 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현재 4.05%까지 올라왔습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19개 은행 정기예금(12개월·단리) 상품 중 금리 4% 이상 상품만 19개에 달합니다. 때문에 오는 16일 9월 코픽스가 발표되고 나면 주담대 변동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이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당국에서 가계대출 줄이라는 압박이 있었으니 은행권 입장에서는 금리 올리는 방식이 가장 쉽다"며 "기존에는 가산금리를 누르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했던 것을 올리게 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서울 한 은행에 주담대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