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삼성카드가 올해 카드업계 세 번째로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 (K-택소노미) 가이드에 따라 100억원 녹색채권을 발행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규모가 작은 현대카드가 2500억원, 롯데카드가 500억원을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금액입니다. ESG 흉내만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16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지난 13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친환경 차량 관련 금융서비스에 사용키 위해 1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냈습니다. 이번 채권은 친환경 차량 금융서비스 지원(신용카드 판매) 프로젝트에 투자할 예정으로 친환경 차량 결제 대금으로 지원됩니다. 채권 만기는 2년입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해당 지원과 관련해 "전기차·수소차 동일하게 금융 서비스를 지원키로 했다"며 "자동차 브랜드를 한정하지 않고 금융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녹색채권을 발행한 현대카드는 그룹사인 현대자동차에 한해 지원키로 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 한 대형 쇼핑몰 내 전기차 충전소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한국형 녹색분류 체계 (K-택소노미) 가이드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입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친환경 투자수요가 급증하자 '너도나도식 그린워싱(위장 친환경)'을 방지하기 위해 목적에 맞는 녹색채권만 인정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삼성카드의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너무 약소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6월 현대카드는 2500억원, 롯데카드는 7월과 8월에 각 400억원, 1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카드사별 규모가 다른 것에 대해 "카드사 규모가 크면 투자를 많이 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고, 작은 곳은 크게 사업을 시작하기보다 상황을 보면서 늘려나간다"고 설명했는데요. 현재 삼성카드는 업계에서 신한카드 다음으로 규모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다소 민망한 상황입니다.
다만 삼성카드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환경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K-택소노미는 올해부터 금융서비스가 포함됐는데요.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자보전 지원 사업'을 시작하며 약 77억원의 예산을 마련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에 따라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채권 발행기관은 비용 절감의 혜택이 있고, 이는 보다 높은 수익률로 이어져 투자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ESG 채권 발행 시 통상 여신전문금융채보다 발행금리가 낮아 이자비용이 낮다"며 "환경, 공공을 챙긴다는 이미지와 더불어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을 챙길 수 있어 카드사로서도 이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사 녹색채권 발행은 조달 자금용도 외 추후 자동차 산업에서 늘어날 친환경 차에 대한 금융 파이를 확대하며 수익성 다각화를 꾀할 수 있다"며 "카드사뿐만 아니라 캐피탈사 포함 2금융이 자동차-금융 시장을 계속해서 넓혀가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 할부금융을 많이 하는 현대캐피탈은 지난 3월 금융권 최초로 6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고, 우리금융캐피탈은 지난 8월 800억원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