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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의 세계
입력 : 2023-10-17 오전 9:21:02
최근 우연히 지인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같이 언론사 시험을 준비했던 언니인데, 근래 모 회사에 비서로 취직했다면서 저녁이나 한 번 먹자고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안 그래도 반갑기도 하고 궁금했던 터, 바로 오케이 했습니다.  
 
여자 2명이 만나니 수다로만 3시간 훌쩍-입니다. 술 한 잔에 예전 얘기, 한 잔에 요새 얘기 번갈아 하다보니 어쩐지 무용담 마냥 끝이 없이 나오더군요. 
 
마른 먹태를 뜯던 언니가 "어떤 기사써요?"라고 물어봤을 때, 저는 요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카드깡, 상품권깡' 등을 얘기하며 "언니는 00깡 해본 적 있어요?"라고 되물어봤습니다. 언니는 "카드깡이라... 이런 것도 되나?"하면서 마음 속의 부채를 꺼냈습니다. 
 
"저 예전에 취준(취업 준비)할 때 정부 취업보조금 받았거든요. 그 보조금은 소진하려면 책 사거나, 학원을 수강하거나, 식비, 교통비 등만 결제가 가능했어요. 나라에서 한 달에 50만원이나 지원금을 주는데요. 제가 취업 준비만 3년 넘게 오래했으니 돈이 어디 있겠어요. 두 번 정도 지원금을 다 못썼는데 너무 아까워서 중고나라에 책 80%가격에 사주겠다. 현금 주면 내가 지원금 카드로 결제하겠다 해 본 적 있어요." 
 
언니는 그간 오래 마음 속에 지고 있던 빚이라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거 아는데 그 땐 너무 힘들었다'고 푸념했습니다. 그녀는 '누군가에겐 별 일 아닐 수도 있겠지만 당시 현금이 급했던 자신에게는 너무 단비 같았다'고 고백하며 '그거 몇 푼이 왜 그렇게 간절했던지, 털어놓으니 이제야 좀 시원하다'고도 했고요. 

잠시 서러움이 가실 양, 저희 둘은 술이 찰랑이는 술잔을 보며 '코로나19로 취업 문은 좁아졌고, 갈수록 물가는 올라가고, 우리나라는 구직자의 나이가 중요하고, 책 하나 살래도 너무 비싸며, 하다못해 먹태도 비싸고, 먹태깡은 못 먹어봤고' 목소리를 높이며 아무 말이나 했는데요. 

그러게요. 출시되자 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던 먹태깡도 과자로서 사회에서 제 구실을 하는데, 우리네는 언제쯤 우리네 사회에서 자리를 찾을지. 잠시 먹태깡보다 못한 처지를 비관하면서 술잔을 또 부딪혔답니다.
 
(사진=뉴시스)
유근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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