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농가에서는 상품가치가 없는 농산물들이 언제나 골칫거리입니다. 겉모습이 보기에 나쁘거나 크기가 지나치게 작거나 크면 유통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등 기후가 좋지 않을 때 이른바 '못난' 농산물들이 대량으로 나오곤 합니다.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자사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이렇게 낙오된 농산물들은 갈 곳을 잃습니다. 수확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해당 상품을 주위에 나눠주고 그마저도 남으면 버리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더루트컴퍼니는 정품 종자 유통을 통해 불량 종자의 유통을 막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비규격품 감자를 활용해 감자칩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곧 농가의 수익과 환경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감자를 매개로 해 생산자 및 소비자는 물론 유통가와도 소통하고 있는 김지우 더루트컴퍼니 대표를 지난 16일부터 오뚜기 플래그십스토어형 외식 매장인 '롤리폴리 꼬또'에서 만났습니다. 김 대표는 이날부터 '감자의 세계'라는 주제로 감자의 특징과 브랜드를 알리는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더루트컴퍼니는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강한 소상공인 피칭대회 결과에서 로컬 브랜드 유형 1위를 차지했습니다. 버려지는 감자를 활용해 지역문제를 해결하고 브랜드 경험을 구축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2021년 2월 설립된 더루트컴퍼니는 짧은 기간 사업을 하면서도 사업영역을 넓게 확장해 나갔습니다. 설립 후 첫 1년은 종자를 개발해 농가를 보급한 뒤 수확인된 상품을 유통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회사의 설립 미션이 감자 농사난 해결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유통사업을 진행하다보니 버려지는 감자가 많다는 사실에 다시 주목하게 됩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오뚜기 플래그십스토어형 외식 매장인 '롤리폴리 꼬또'에 더루트컴퍼니의 감자칩이 전시돼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김 대표는 "마트에서 보는 감자들은 120~200g사이다. 상처가 있거나 못생기면 출하를 못한다"며 "버려지는 못난이 감자를 수익으로 바꿔드리면 농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감자 음식과 감자 가공식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못난이 감자의 경우 술이나 잼으로도 활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고안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설립 이듬해인 지난해 3월에 60평형 규모의 감자 식문화 공간인 감자유원지를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못난이 감자로 만든 감자칩과 굿즈, 감자를 활용한 감자스프, 감자 눈 카레우동 등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감자를 활용한 메뉴는 감자유원지에서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이 많이 다녀간다. 그것이 경쟁력"이라며 "지난해에만 4만명이 다녀갔고 올해는 6만명 이상 다녀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는 국민 모두가 감자를 알지만 품종과 특징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없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김 대표는 감자 테마파크를 만들어 감자 밭, 감자칩 제조 현장, 감자 게임, 감자 박물관을 통해 감자의 이야기를 더 알리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현재 김 대표의 가장 큰 고민은 강원도에서 좋은 인재를 찾는 것입니다. 고령화에 인구가 줄어 들다보니 강릉에서 일하려는 직원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감자유원지에서 식당을 열었을 때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김 대표가 주 6일을 근무해야 했습니다.
더루트컴퍼니는 PB제품 등 파트너사를 통해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20억원입니다. 지난해 더루트컴퍼니의 매출이 8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성장이 기대되는 수준입니다. 김 대표는 현재 유명 생활용품업체 PB 감자칩 제품 출시 등을 조율 중인데, 앞으로도 판로 확대에 더욱 힘쓴다는 방침입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