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달러 등 외화 유출 우려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재는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미 금리차 확대로 인한 자본 유출 가능성에 대해 "한미 금리차가 한은에 하나의 제약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자본이 빠져나가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금리차가 얼마까지 안전하다는 건 사전에 없다. 외화자금의 움직임을 보면서 유연하게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 19일 기준금리를 3.5%로 6회 연속 동결했는데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정책금리(5.25~5.50%)와 차이가 최대 2%p 벌어진 상황입니다.
이 총재는 "금리 차 자체가 움직임을 결정하는 일은 없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큰일이 벌어지는 것처럼 말하는데 과거 경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금리 차 자체는 정책 목표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금은 미국의 통화정책보다 중동 사태가 훨씬 더 큰 위험으로 대두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중동사태와 국제유가 등으로 인해 달러가 안전자산이 되면서 자본이 더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습니다.
이 총재는 외평채기금을 끌어다 쓰는 것이 위험을 가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외평채기금에서는 원화자금이 있고 달러자금이 있다. 이번에 정부에서 쓴 것은 원화 자금을 가져간 것이기 때문에 달러 유동성을 조정하는 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과 관련해선 "미국의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우리의 예상보다 한국의 국고채 중장기 금리가 많이 올랐다"며 "한국은행이 단기적으로 기준금리를 고정시켰지만 시장금리가 올라가 긴축 정도가 유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기준금리를 동결했음에도 시장금리가 올라가서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긴축된 측면이 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영향이) 계속될지, 한두 달 사이에 정리될지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 자체의 경제 문제보다도 중동 내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어떻게 변화될지에 따라 유가도 변화하고 전 세계의 성장률도 굉장히 많이 변화할 것"이라면서 "어떻게 진행될지 정치적으로 예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