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 반려묘와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A씨는 최근 펫보험 가입을 알아보다가 마음을 접었습니다. A씨는 "고양이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 상품이 거의 없고, 고양이에게 제일 중요한 치아 관련 보장이 너무 부족하다"며 "강아지의 경우에도 무릎뼈(슬개골) 탈구 이력이 있다해서 보험이 거절되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고령견을 키우고 있는 B씨는 "10살이 지나서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반려동물의 보험이 가장 필요할 때는 10살부터"라고 강조했습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반려동물 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 편의성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보장 범위 확대 등 소비자들의 핵심요구는 모두 빠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일 경기 부천시 부천대학교에서 열린 제1회 FCI국제 및 제104 KKF 전국 애견미용 콘테스트에서 한 참가자가 강아지와 교감을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펫보험 가입 건수는 7만1896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 개체 수는 799만 마리인데요. 펫보험 가입률은 약 1% 수준으로 추산되는데 영국(25%)·일본(12.5%)보다 크게 낮은 상황입니다.
금융위가 보험가입을 제고하기 위해 내놓은 개선안은 동물병원이나 펫샵에서 펫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 동물 건강관리 및 등록까지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입니다. 동물병원의 반려동물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 방안도 담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금융위 개선안이 반려동물의 나이 제한이나 진환 등 보장 범위를 조정하는 내용은 모두 빠졌다고 지적합니다. 펫보험을 출시한 보험사는 10개 이상에 달하지만 막상 보험을 가입하려면 병력이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는 펫보험 가입이 제한되거나, 반려동물 나이가 10살 전까지만 가입이 가능하는 등 장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는 진료 내역을 확인할 수 없어 제대로된 손해사정이 어렵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펫보험을 판매한지 얼마 안 돼 손해를 판정할 수 있는 데이터가 아직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진료내용이 없는 영수증만으로는 진료 사실을 확인 받기가 어려워 지급하기가 곤란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물병원의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 방안을 놓고 수의업계도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 수의사법상 동물병원에서는 반려동물 진료기록을 제공할 의무가 없습니다. 병원마다 질병명이나 진료항목도 각기 다른데요.
한 수의사는 "진료부 발급 의무화로 인해 동물약품 오남용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며 "인의는 전체 의약품 중 84%인 전문의약품을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없지만, 동물약품은 16%만 처방대상이며 이조차도 약국은 예외"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진료기록 열람의무화 이전에 자가진료 금지, 약사예외조항 삭제, 의료용어·치료방법·기록방법 표준화 등이 필수적으로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