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3분기 0.6%(전분기 대비)에 그치면서 정부가 제시한 올해 성장 목표인 1.4% 달성이 어려워졌습니다.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얼어붙은데다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고 있어 4분기 경기 회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연간 1.4% 성장 전망 유지
한국은행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내놓자 정부는 상반기 부진했던 경기가 하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상저하고' 흐름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는데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경제성장률과 관련해 "상반기를 지나면서 하반기에 서서히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고, 내년으로 가면서 그 회복세가 점점 뚜렷해질 것이라고 여러차례 말씀을 드렸다"며 "정부가 당초 예상한 전망 경로에서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추 부총리는 연간 1.4% 성장 전망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정부가 연간 1.4%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사태도 있고 여러 불확실한 변수가 있지만 대개 그 범주에서 움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목표치 달성을 자신하는 이유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확산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부문별 성장 기여도의 경우 설비투자(-0.2%p)를 제외한 민간 소비(0.2%p)와 건설투자(0.3%p), 순수출(0.4%p) 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등 IT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수출 부진이 완화됐고, 정부의 토목 건설 지출도 있어 성장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0월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과 같은 1.4%로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GDP 지출항목별 성장률 (그래픽=뉴스토마토)
전문가들 "올해 성장률 1.2~1.3%"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확연히 좋아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와 한은이 예상한 올해 전망치(연간 1.4%)를 기준으로 보면 일부 회복세를 보였지만, 중국이나 미국은 물론 일본(2.0%)보다 연간 성장률이 낮기 때문에 경기 침체 속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가) 잠재성장률보다 낮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맞다"고 말했는데요.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당초 2.4%에서 2.2% 낮추는 등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연간 1.4%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과 내수가 3분기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4분기에도 지속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출 회복에도 고물가, 고금리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감소와 정부 재정지원 축소에 따른 소득 보조 효과 약화 등 내수 하방 압력이 이어진다"며 "4분기에 들어서며 중동 지정학 불안에 유가와 금리가 상승하는 등 대외 환경 불확실성도 고조될 것이기 때문에 연간 성장률은 1.2%로 전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도 "대중국 수출은 부진하지만 여타 지역들의 수출 부진이 개선되고 반도체 생산이 점차 회복되면서 IT중심으로 제조업 부진이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경기 기대 약화로 소비심리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기업 심리 위축과 조달금리 부담으로 설비 투자 회복은 더디게 전개되면서 건설투자의 추세적 상승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국내 경제는 올해 상저하고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내년까지 완만한 경제 성장 모멘텀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4분기에도 전기대비 0.5~0.6% 내외의 성장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당사 전망이었던 기존 1.2% 대비 소폭 상향 조정한 1.3%"라고 분석했습니다.
한은도 연간 1.4% 성장을 아직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요. 신 국장은 "올해 4분기 0.7% 정도 성장하면 1.4%의 성장률이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신 국장은 "반도체 등 IT(정보기술) 경기 회복이 언제일지, 대중국 수출이 어떻게 될지 등 현실적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고금리가 우리나라 금융·실물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등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