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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넷플릭스 ‘이두나!’ 수지 “흡연 장면, 짜릿했다”
“항상 날 선 ‘두나’ 보여주고 싶어···과거 내 모습 겹쳐 보였다”
입력 : 2023-11-02 오전 7:00:1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23, 국내 영화계에선 엄청난 태풍이 불었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다큐멘터리로 착각할 만한 영화 한 편이 등장했습니다. 연출을 맡은 감독은 전작의 흥행 실패로 재기가 불투명해 보이던 연출자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감독의 프로필을 보니 건축학과출신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새롭게 선보인 영화가 건축관련다큐멘터리라고 예상했습니다. ‘건축학개론’, 누가 봐도 그렇게 봤고 또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멜로 영화였고, 지금은 익숙하지만 그때는 정말 낯설고 또 낯선 21역 캐스팅 방식의 독특함을 자랑했습니다. 한 배역에 두 배우를 캐스팅해 다른 세대를 연기하게 한 것입니다. 이들 배역에 캐스팅된 배우 가운데 여성 캐릭터, 서연. 서연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이 배우. 지금도 사실 곱지 않은 시선이지만 당시에는 더 그랬던 아이돌 출신의 이 배우. 사실 아이돌 출신이라기 보단 당시에도 여전히 활동을 이어가던 아이돌 그룹 출신 멤버였습니다.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의 첫 장편 상업 영화 데뷔. 개봉 이후 대한민국은 수지를 중심으로 국민 첫사랑신드롬이 불었습니다. 이후 수지는 사랑그리고 멜로 그리고 로맨틱 장르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조금은 설 익은 듯한 그의 연기력은 외모와 결합되면서 오히려 풋풋함이 더해졌습니다. 그렇게 수지의 전성시대가 펼쳐졌습니다. 그리고 11년이 지났습니다. 20대의 막바지에 선 수지는 자신의 출발선과도 같은 걸그룹 멤버로 복귀합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두나!’에서 K팝 아이돌 멤버 두나로 등장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가는 배우 수지의 얘기를 펼쳐보였습니다.
 
배우 수지. 사진=넷플릭스
 
이두나!’는 넷플릭스에서 공개 뒤 재미와 흥미로운 스토리 등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점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인공 두나를 연기한 배우 수지의 아름다운 비주얼 때문이었습니다. ‘이두나!’는 동명의 웹툰이 원작입니다. 원작 웹툰 속 주인공이 곧바로 현실로 튀어나온 듯한 싱크로율 때문에 공개가 되자 마자 온라인에는 수지 화보집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뉴스토마토와 만난 수지는 이런 표현에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 만족스러운 속내를 전했습니다.
 
예쁘다고 해주시는데 기분은 너무 좋죠(웃음). 제가 봐도 제가 예쁜 게 아니라 감독님과 카메라 감독님이 너무 뽀샤시하게 잘 찍어 주신 것 같아요. 하하하. 결과물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다 마음에 들지만 매회 에피소드의 엔딩에 길게 나오는 장면들이 특히 마음에 들더라고요. 같이 배경에 깔리는 음악도 좋지만 그렇게 엔딩이 구성되는 게 색다른 방식 같아서 더 좋았어요. 여운이 꽤 길게 남게 하는 것 같았거든요. 촬영 때는 왜 이렇게 많이 찍지했는데 결과를 보니 알겠더라고요(웃음).”
 
배우 수지. 사진=넷플릭스
 
극중 두나는 걸그룹 드림스윗메인 보컬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은퇴를 한 상태입니다. 걸그룹의 메인 보컬이라는 설정, 수지의 프로필과 딱 달라 붙어 있습니다. 물론 은퇴’ ‘사건란 단어만 빼만 그냥 그대로 수지의 개인 스토리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수지는 다른 작품 속 다른 배역보다 이두나!’두나가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자신의 경험을 집중시켜서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경험이 두나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됐었답니다.
 
일단 두나를 연기할 때 난 엉망이다. 너도 날 엉망이라 생각하지라는 마음을 품고 나갔어요. 그래야 두나가 갖고 있는 경계심이 잘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항상 날이 서 있는 두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공감대도 당연히 있었죠. 두나의 상황과 내 상황이 같을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을 상대에게 설명을 할 때 과할 정도로 한 척을 한다는 건 공감이 됐어요. 실제로 제가 그룹 활동을 할 때 정말 힘들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정도로 표현을 안했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두나가 센 척을 하면서 표현을 하는 게 그런 제 과거와 겹쳐 보여서 좀 안쓰럽기도 했어요.”
 
배우 수지. 사진=넷플릭스
 
이두나!’가 무엇보다 화제를 모았던 점은 수지의 흡연 장면이었습니다. 여배우의 노출 또는 베드신이 화제를 모으는 건 많지만 흡연이 화제를 모으는 건 아마도 수지라는 배우의 상징성 때문일 듯합니다. 청순하고 또 국민 첫사랑이었던 과거로 인해 그의 흡연 장면은 남성 팬들에겐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수지도 이런 점을 알고 있었던 듯 크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일단 흡연 장면 때문에 실제로 많은 고생을 했었고, 사용했던 담배는 실제 담배를 사용하다가 소품팀에서 따로 준비한 담배 대용품을 썼답니다.
 
원작 웹툰에서도 두나가 사용하던 그 담배가 실제로도 팔고 있는 제품이더라고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 담배가 진짜 독한 담배라고. 전 당연히 흡연을 안하는 데 너무 힘들었어요. 두나의 외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숨이 턱 막혔으면 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데. 제가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하하하. 사실 흡연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도 느껴졌어요. ‘아이돌이 담배를 피워?’라는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그냥 이미지를 좀 깨주고 싶었어요. 지금이라 가능하지 과거의 수지에게 흡연연기를 제안하면 저 못했을 거 같아요(웃음).”
 
배우 수지. 사진=넷플릭스
 
정말 오랜만에 아이돌 멤버로 무대에 서는 느낌도 남달랐 듯 합니다. 수지가 활동하던 그룹 미쓰에이는 공식적으로 2015‘Colors’가 마지막입니다. 시간적으로 8년 만의 무대입니다. 수지는 오랜만의 무대 경험이지만 본인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 몇 번의 연습으로 감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하지만 함께 드림스윗멤버로 출연한 다른 배우들이 조금(?) 고생을 한 듯하다며 웃었습니다. 물론 그들 역시 프로 배우들이라 이내 감을 찾고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답니다.
 
준비 과정이 좀 있을 줄 알았는데 촬영 기간이 좀 빠듯하다 보니 그냥 촬영하면서 중간중간 연습을 하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함께 호흡을 맞출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함께 안무 연습을 할 때 동선이 꼬이고 부딪치기도 많이 했어요(웃음). 저는 그래도 해봤으니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되겠다싶었는데 다른 언니들이 좀 어색해 하셨어요. 특히 ()아성 언니가 초반에 많이 어려워하셨는데 그래도 금방 잘 맞추셨어요. 안 되던 게 딱딱 맞아 떨어질 때의 쾌감이 사실 좀 큰데, 이번에도 그걸 좀 많이 느꼈죠. 하하하.”
 
배우 수지. 사진=넷플릭스
 
수지는 이두나!’를 하면서 과거 무대를 주름잡던 그 시절의 수지가 참 많은 것을 인내하고 참고 지냈던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힘들었지만 말 한 마디 안하고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어쩌면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것일 수 있었단 걸 알게 됐답니다. ‘이두나!’를 통해 과거의 자신을 볼 것 같았고, 과거의 나와 마주할 자신이 있을까 싶었던 적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작품을 떠나 보내는 시간이 왔고 두나 그리고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촬영을 하면서 두나를 이해할수록 마음이 아팠죠. 힘들면 그냥 힘들다고 얘기를 하면 됐을 텐데. 나도 힘들었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 그냥 외면했구나 싶더라고요. 저한테는 이두나!’가 참 가슴 시린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를 치유 받은 작품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 속에서 저도 한 뼘 정도 또 성장했을 것이고. 두나에게도 그리고 과거의 수지에게도 그때 그 힘듦이 있었기에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꼭 반짝거릴 거야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이두나!’를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도.”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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