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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창욱 “‘최악의 악’ 중 누가 최악일까요”
“제작사 ‘사나이픽쳐스’ 듣고 ‘다행이다’ 생각···온전히 작품 신뢰”
입력 : 2023-11-06 오전 6:15: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일단 영화보단 드라마 쪽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왔던 지창욱입니다. 드라마에서 그는 다소 유약하고 수동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주로 맡아 왔습니다. 그의 곱고 가냘픈 듯한 선이 마초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의 장르물 그리고 그런 장르에 특화된 캐릭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제작진 그리고 대중들에게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남성적인 느낌이 드러나는 장르에선 지창욱이란 배우를 생각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영화 쪽에서 조작된 도시그리고 발신제한속 강렬한 느낌이 지창욱의 배우적 스펙트럼을 넓혀줄 수 있는 가능성 정도로만 여겨져 왔습니다. 그런 지창욱이 큰 결심을 한 듯 보입니다. 우선 제작진도 큰 결심 이었을 듯 합니다. 글로벌 OTT서비스 디즈니+ ‘최악의 악에서 지창욱은 한중일 삼국을 뒤흔드는 국제적 마약 범죄의 중심으로 잠입해 들어가는 형사 박준모를 연기했습니다. ‘최악의 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고 내용적으로도 알 수 있듯이 거칠고 마초적인 느낌이 강한 장르물입니다. 단순하게 마초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그 수위와 강렬함이 역대급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최악의 악을 보면 지금까지의 지창욱은 반드시 잊어야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우리가 알았다고 여긴 지창욱은 최악의 악속에는 없습니다. 2023년 새롭게 데뷔하는 전혀 다른 지창욱이 존재합니다. 2008년 독립영화 슬리핑 뷰티로 데뷔한 지창욱. 15년 동안 이런 모습을 어떻게 감추고 배우로 존재해 왔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악의 악마지막회 공개를 앞두고 뉴스토마토와 만난 지창욱. ‘최악의 악만 남아 독기가 서린 박준모를 예상했지만 눈앞의 지창욱은 우리가 여전히 알고 있던 순하고 순한 지창욱이었습니다. 데뷔 이후 이 정도로 강렬한 작품은 처음 지창욱에겐 처음이었습니다. 워낙 익숙한 전개 방식과 비슷한 느낌의 장르물이 많았지만 지창욱이 만들어 낸 최악의 악은 단순한 느와르가 아닌, 너무도 익숙한 언더커버소재가 아닌 새로운 느낌으로 되살아 났습니다.
 
제작사가 사나이픽쳐스라는 말을 듣고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이런 장르를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제작사가 사나이픽쳐스인 건 대중들도 잘 아는 사실이고. 그래서 한 번도 안해 본 장르에 대한 부담보단 안도감이 먼저였어요. 현장에서도 부담은 그냥 지워 버리고 일을 했어요. 감독님이 오케이라고 하면 전 의심을 안했어요. 제가 부담을 느끼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거든요. 저도 데뷔 이후 이 정도로 작품에 저 자신을 맡겨 버리고 온전히 믿어 본 것도 처음인 듯해요.”
 
디즈니+ '최악의 악'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악의 악은 굉장히 익숙한 어쩌면 뻔한 듯한 언더커버를 소재로 합니다. 제작사 사나이픽쳐스가 만든 느와르 장르 그리고 언더커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신세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언더커버소재는 서사를 풀어내는 방식 그리고 그 특성 때문에 대중들에게 유사성을 떠올리게 할 수 밖에 없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악의 악은 여러 다른 차별성을 구성하기 위해 많은 부분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창욱 역시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만의 톤 앤 매너 그리고 무드 같은 게 다른 느와르 그리고 언더커버 소재와 좀 다르게 느껴질 것이라 확신했어요. 예를 들어 강남연합이란 조직 자체도 같은 장르 같은 소재에서 그려진 폭력 조직과는 많이 다르잖아요. 의상이나 캐릭터 각각의 외형 그리고 헤어스타일 등도 우리만의 세계관을 위해 좀 더 캐주얼하게 들어가자는 것으로 결정하고 작업을 했어요. 이런 여러 설정과 디테일들이 최악의 악에만 있는 인물들의 관계와 치정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살려주는 미장센들을 좀 더 다른 지점으로 끌고 갔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디즈니+ '최악의 악'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악의 악속 지창욱이 연기한 박준모. 박준모는 트라우마 그리고 자격지심 그리고 욕망 그리고 연정과 애정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전부 뒤섞인 다층적인 캐릭터입니다. 너무도 익숙한 상업적 장르 속 캐릭터로만 바라보기엔 그 결 자체가 너무도 화려합니다. 그래서 최악의 악을 보고 있으면 웬만한 내공의 소유자가 아니면 이 배역의 근처에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 정도입니다. ‘최악의 악자체가 시리즈이기에 를 거듭할수록 변해가는 박준모의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제 눈에 준모는 기본적으로 악착같은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보였어요. 열등감이나 집착, 자기 합리화를 해 나가는 사람이기도 했죠. 그런 기준에서 준모가 기본적으로 경찰이지만 깡패라고 해도 큰 문제는 아닌 듯했어요. 그래서 아내인 의정정말 사랑하는 걸까’ ‘뺏기고 싶지 않아 발악하는 걸까라고까지 생각해 봤어요. 전 기본적으로 연기를 할 때 어떤 명확한 답을 놓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그 결정은 시청자분들에게 전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준모가 어떤 사람인지는 보시는 분들 각각의 해석이 맞다고 봅니다.”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최악의 악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언더커버가 소재입니다. 주인공 박준모가 한중일 3개국이 연결된 국제적 마약 커넥션의 배후이자 중심 정기철을 검거하기 위해 그의 수하로 잠입해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일반적인 언더커버 소재 역시 이런 비슷한 구성을 가집니다. 문제는 최악의 악이 그리는 차별성입니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준모가 느끼는 의문과 욕망입니다. 출세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이 또 있었던 것인지. 극이 진행될수록 준모의 폭주가 눈에 띄었습니다.
 
저도 사실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이에요.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그 일에 집착을 해야할까. 준모의 자격지심, 그걸 넘어설 두계급 특진이 걸린 언더커버 제안. 결국 출세를 위해 자신의 자격지심을 깨고 아내와 처가 식구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그런데 갈수록 그 이상이 느껴졌어요. 준모도 결국에는 스스로가 멈출 수 없게 된 듯 보였어요. 멈추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그리고 경찰로서 해선 안될 일도 너무 많이 했고. 이 모든 걸 정당화 시키기 위해선 정기철을 검거해야 하고. ‘최악의 악시리즈 전체가 결국 준모의 자기 합리화 과정인 듯 하더라고요.”
 
디즈니+ '최악의 악' 스틸.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창욱은 놀랍게도 최악의 악속에 등장하는 거칠고 강한 액션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웃었습니다.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도 강한 액션을 한 차례 선보였지만 이번 최악의 악에서 선보인 액션과는 분명 달랐습니다. ‘최악의 악에선 시리즈 중반 영화 올드보이속 최민식의 장도리 액션을 떠올리게 하는 좁은 복도 액션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런 칭찬에 대해 액션보단 휴머니즘을 선호한다고 웃었습니다.
 
물론 무간도’ ‘신세계재미있게 잘 봤죠. 근데 좋아하는 거지 제가 선호하는 장르는 사실 아니에요(웃음). 특히 거친 액션을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오히려 제가 출연을 한다면 인물간의 관계 그리고 휴머니즘이 강조된 작품을 더 선호해요. ‘신세계는 너무 잘 만든 느와르의 걸작인 작품이고, 공교롭게도 저희와 같은 제작사이기도 하고. 한동욱 감독님도 많은 누와르 장르 작품의 연출부나 조연출로 참여를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애써서 제가 선호하지 않고 즐기지 않는다. 그건 제 개인적인 취향일 뿐, 감독님을 전적으로 믿고 갔기 때문에 평가도 좋은 듯 해요.”
 
배우 지창욱.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 바로 최악의 악입니다. 극중에선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각자가 인간적인 면에서 최악이기도 하고, 또 그런 인물들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런 최악과 최악이 충돌해서 진짜 최악을 만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최악이 또 스스로를 넘어선 최악을 만들기도 합니다. 제목 그대로, 문자 그대로 최악의 악이 연속으로 등장하고 그 악을 위해 준모가 존재합니다. 준모를 연기한 지창욱, 그가 꼽은 최악의 악속 진짜 최악의 악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게 더 최악일까. 진짜 악은 뭘까. 제목이 그렇다 보니 자꾸 생각을 하면서 접근하게 되더라고요. 근데 뭐가 더 최악인지를 판가름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출연 배우들끼리는 촬영을 하면서 제목이 너무 우리 내용에 비해 거창하지 않냐라고 농담을 많이 했어요(웃음). 글쎄요, 어려운 질문이기도 한데, 이 작품을 찍으면서 선과 악을 구분 지으면서 작업하진 않았어요.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건데. 아 진짜 어려운데, 최악의 악? 그냥 제가 연기한 박준모로 할께요. 하하하.”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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