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의 탄소중립 전략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기준 자체가 금융사별로 달라 변별력이 떨어지는 데다 천편일률적인 탄소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실은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는데요. 금융지주사가 탄소중립을 선언을 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후 대응에는 초보적인 수준이란 평가가 나왔습니다.
박지혜 기후환경단체 플랜1.5 변호사는 "금융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치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수집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구체적인 이행 계획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5대 금융지주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합당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내·외부로 나뉘는데요. 외부목표치인 '금융배출량'은 금융사가 보유한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종합한 개념으로 금융회사의 탄소중립 달성에 가장 중요한 수치로 여겨집니다.
5대 금융지주는 모두 2050년에 금융배출량 넷 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이 5267만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량)로 가장 높았는데요. 이어 신한 4381만6695tCO₂eq, 농협 3052만tCO₂eq, KB 2676만1188tCO₂eq, 하나 2138만5184tCO₂eq순입니다.
문제는 탄소 감축 목표의 기준이 되는 금융배출량 산정 범위도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배출 강도를 살펴보면 가장 낮은 하나 대비 가장 높은 KB의 배출강도가 5.8배에 달하는데요. KB금융은 금융배출량 자산유형으로 △기업금융 △발전PF △상업용부동산 등 3가지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하나금융은 △소재 △유틸리티 △산업 △임의소비재 △필수소비재 등 12개 업종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박 변호사는 "KB금융의 절대 배출량은 5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적은 양이지만 투자 금액 대비 대출 강도를 계산했을 때는 상당히 높게 나온다"며 "금융배출량 산정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가가 이렇게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부배출량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내부배출량은 각 금융지주마다 상이하고 넷제로 달성 기간 역시 2040~2050년으로 다르지만 2030년 중기목표는 42% 감축으로 동일합니다. 박 변호사는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42%를 감축하겠다고 했지만 이 숫자가 왜 나왔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라며 "배출량 자체가 아니라 산출 기준에 대해서 정밀하게 보고하고 어떻게 줄여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박 변호사는 "금융배출량을 줄이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은 투자방침을 바꾸는 것이지만 4대금융지주가 모두 석탄발전 투자는 최소한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후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지 이후 상황을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지혜 변호사가 14일 '금융회사의 기후금융 방향과 노동조합의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윤세종 플랜1.5 변호사, 이정필 에너지기후정책소장, 박지혜 변호사,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사진=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