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올해 발생한 증권사의 금융사고 금액은 668억원으로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사고금액(143억원) 대비 4.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가 역대 최다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증권사에 내부통제 시스템 전면 재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금감원은 14일 36개 국내 증권사 감사·준법감시인·최고리스크책임자(CRO) 등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증권사의 금융사고 및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리스크관리 및 내부통제 취약점과 개선 방안을 증권업계와 논의하기 위함인데요.
최근 증권사 주요 금융사고 사례 (자료=금융감독원)
지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증권사 금융사고 건수는 연평균 7.8건, 사고 금액은 연평균 143억원이었지만 올해에만 각각 14건, 668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보는 "올해 증권사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와 금액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증권사의 기존 내부통제 시스템이 새로운 유형의 금융사고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 전면 재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보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일부 증권사의 금융사고 은폐 행위를 매우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전수점검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향후 금융사고 인지 시 즉시 보고해 줄 것을 강조했습니다.
황 부원장보는 "앞으로 위법행위를 방조 또는 은폐하거나 내부통제 업무를 현저히 소홀히 한 경우 감사, 준법감시인 및 CRO에게도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증권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에선 직무정보이용, 횡령 등 불법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증권사는 부서 전체가 불법행위에 가담했음에도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는데요. 황 부원장보는 "내부통제 담당 임직원들 누구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내부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은 이와 같은 불충분한 내부통제가 결과적으로 불법행위 발생 개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IB 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수준을 대폭 강화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어 IB 부문의 불건전영업행위에 검사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검사할 예정임을 설명했습니다.
증권사의 건전성,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리스크관리 수준을 강화할 필요도 강조했습니다. 올해 IB부문 뿐 아니라 리테일 부문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황 부원장보는 "신규 투자 대상 선정 시 기업실사(Due Diligence)도 엄격하게 진행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미수거래·신용융자·차액결제거래(CFD) 등 리테일 고객에 대한 레버리지 영업시 대규모 미수금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고 예방과 리스크관리 강화는 경영진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사안으로 자체 점검 결과 드러난 내부통제 취약점에 대해서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정확하게 보고해 신속한 업무 관행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황 부원장보는 "금융사고 내용이 최고경영진이나 감사위원회 등에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고 실무진 차원에서 솜방망이 처벌하고 종결하는 사례가 그간 금감원 검사에서 여러 건 확인됐다"며 "금감원도 내부통제상 중대한 취약요인이 확인되는 경우 이사회에 직접 설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은 '증권사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를 내년도 주요 업무계획으로 선정해 추진해 나갈 계획인데요. 황 부원장보는 "어느 때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