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해외진출 규제 완화 등 금융산업 글로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9개월째 답보 상태인데요. 금융권 이자장사 논란이 이어지면서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지주 발전' 종합대책 연내 발표 불투명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산업 글로벌화 TF를 출범한 바 있습니다.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금융지주사 자회사가 해외에서 비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정 변경안은 내놨지만, 글로벌화 정책의 마침표격인 '금융지주 발전 방안' 대책은 연내 발표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산업 글로벌화 종합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사들은 금산분리 규제로 비금융사업의 체력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해외에 진출해더라도 막강한 자본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해외사들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입니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금융지주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지주사들이 비금융회사 주식을 기존 5%에서 최대 15%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이었습니다. 금융사들도 금산분리 완화 중 금융사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자회사 투자한도 제한 완화'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금융시장 상황이 불안하고 긴축 기조 지속 기간이 불투명해 금융시장 안정과 민생 금융 대책이 가장 우선순위에 있다"며 "금융산업 발전방향은 중장기 과제이기도 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상황은 아닌데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업권법 및 지주사법 개정 건은) 법무부와도 협의해야하고 업권별로 개정할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종합 대책이 단기간 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TF 회의를 정례적으로 여는 것은 아니며 특정 부문의 진척이 있을 때 논의를 하는 방식이라 상당 기간 진행된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윤석열정부는 출범 직후에는 금융산업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내건 바 있는데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7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우리 금융산업에서도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가 출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당국 기조가 바뀐 것은 최근 금융권 이자장사 비판과 관련있습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의 '공공재' 발언 이후 상생금융대책을연달아 내놓은 이후 종노릇 발언까지 나오면서 상생금융 압박이 하반기 내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횡령 등 역대급 금융 사고가 잇따르면서 규제를 완화해야한다는 명분이 약해졌습니다.
해외 점포 늘었지만 국내사끼리 경쟁
금융당국이 예대마진 등을 통한 이자이익이 아닌 비이자이익을 확보하라고 주문하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 점포수 확대 등을 중심으로 양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은행권 편중 현상과 현지화 및 대형화 미흡에 따른 현지 인지도 및 영향력 한계 등은 여전히 과제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점포는 모두 417개로 지난 2011년보다 23%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다만 업권별로 보면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은 은행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04개의 해외점포 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비은행보다는 은행 위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뒤이어 보험사가 77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각각 66개와 70개로 은행 수준엔 한참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만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동일지역·동일고객·동일업무의 성향이 강해 현지에서 국내 금융사 간 경쟁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점포 중 약 64.3%(268개)가 중국, 동남아 등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아시아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현지고객보다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출 중심의 업무나 증권 위탁매매 등의 제한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금융회사가 현지금융 관련 정보 확보 등에 필요한 네트워크가 부족할 뿐 아니라 현지화 및 대형화의 미흡으로 현지 금융시장에서 인지도와 영향력 확보가 여의치 않아서인데요.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비이자 이익을 키우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단발성 규제 완화로는 해외 대형사들과 경쟁하기 힘들다"며 "해외 비금융사 인수 등도 자금력 싸움인데 상생금융 압박 등으로 투자 여력이 없는 금융사 차원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