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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독전2’,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미드퀄’ 형식 속편, 1편 ‘이선생’ 존재 여부 공개 선택 무리수
입력 : 2023-11-23 오전 6:15:1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실재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것. 그런데 진짜 실재하는지 아닌지 아무도 모르는 것. 그래서 허상’(虛像)에 가깝지만 꼭 그렇게 보이지도 않는 것. 2018년 개봉한 영화 독전은 이 설명에 너무도 정확한 설정과 구조를 갖고 출발했습니다. 두기봉 감독 홍콩 범죄 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 했다지만 국내에 개봉된 독전은 그냥 독전이었습니다. 국내 성적 520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독전 마니아들을 양산해 냈습니다. 국내 상업 영화 시장에서 전통적 히트 소재인 범죄’, 여기에 존재감 확실한 배우들 연기력 그리고 이해영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무엇보다 독전성공을 이끌어 낸 것은 앞서 언급한 허상이었습니다. ‘독전의 관심은 극중 메인 빌런 이선생실체였습니다. 서사의 흐름도 도대체 이선생은 누군가로 귀결됐습니다. 그를 찾아 나서는 과정, 그가 누구인지 그의 악행과 이유는 무엇인지. 이 의문들이 독전의 몰입감과 집중력 그리고 서사 자체의 존재감과 개연성을 완성시켰습니다. 마무리도 완벽했습니다. ‘허상그대로 입니다. 그 허상의 실체에 대한 의문. 그걸 위해 익스텐디드 컷이란 부제를 붙인 이른바 감독판까지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5년이 흘렀습니다. 적막한 설원, 그 위에 존재한 외로운 집. 그 안에서 마주한 ’(오승훈)과 원호(조진웅). 그리고 세상을 울린 한 발의 총성. 도대체 원호는 왜 그렇게 락에게 집착했을까. ‘독전속 메인 플롯 가운데 하나인 용산역 참사 이후 이어진 이국의 설원. 그 중간에 원호와 락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독전2’는 이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일단 독전2’는 미드퀄 형식입니다. 본편 기준 이전 서사를 그리는 프리퀄, 그리고 이후 서사를 그리는 시퀄. 미드퀄은 중간 서사입니다. 이 형식, 여기서부터 독전2’의 선택은 잘못됐습니다. 이미 1편에서 모든 궁금증(사실 모두는 아니다. 이 선생 실체가 완벽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었으니)이 해소됐었습니다. ‘익스텐디드 컷에선 미묘하게 남은 의문까지 완벽하게 정리했었습니다. 그런데 미드퀄, 중간 서사를 그립니다. 벙어리 남매(김동영, 이주영)에게 테러를 당한 브라이언은 과연 죽었을까. 그리고 원호는 무엇 때문에 을 쫓아 그 먼 나라까지 왔을까. ‘과 벙어리 남매는 왜 그렇게 먼 나라까지 왔을까. 이 질문의 답을 위해 제작진은 이선생실체를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서 독전’ 1편이 구축해 놓은 장르적 개연성과 존재감 그리고 의미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합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독전’, 1편과 2편 모두 명확합니다. ‘이선생에 대한 판타지, 그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서사와 몰입도를 끌어가는 동력이었습니다. 2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1편 동력이 예상 밖으로 고 김주혁이 연기한 진하림그리고 그의 연인 보령을 연기한 진서연에게 집중되면서 숨은 포텐이 터진 겁니다. 그에 걸맞게 모든 배우들 조합과 서사 자체의 힘도 탄력을 받았습니다. 반면 2편은 이선생실체에 접근하는 과정, 그 과정에 집중합니다. 1편의 용산역 사건 그리고 이후 노르웨이 설원 시퀀스. 그 사이에 벌어진 얘기. 바로 이 얘기가 2편의 모든 것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미드퀄형식을 따라갔는데, ‘독전전체의 잘못된 해석이 아이러니하게도 미드퀄을 만들어 버린 자양분이 됐습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독전2’ 구체적 서사는 용산역 시퀀스, 브라이언 이사(차승원) 테러 사건 직후부터입니다. 1편에선 브라이언 이사가 벙어리 자매 그리고 서영락 대리에게 붙잡혀 이선생 사칭대가를 치르는 끔찍한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후 원호가 노르웨이로 향해 서영락과 마주하고 의문의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후 익스텐디드 컷에서 원호만이 집을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총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바 있습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독전2’에선 브라이언 생사 여부부터 등장합니다. 일단 그는 죽지 않았습니다. 그는 서영락에 대한 복수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복수를 통해 진짜 이선생을 잡기 위한 행동에 들어갑니다. ‘이선생을 죽이고 자신이 진짜 이선생이 돼 동아시아 전체 마약시장을 집어 삼킬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과정에서 원호와 손을 잡습니다. 형사와 범죄자, 둘은 같은 편이 될 수 없지만 같은 목적을 갖고 있기에 한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이쯤에서 독전2’는 새로운 방향성 하나를 더 투입합니다. 1편에서 진하림-보령 커플의 막가파식 액션을 대신할 인물, 바로 큰칼’(한효주)입니다. 이름 섭소천, 그는 이선생의 뜻을 대신하는 대리인. 하지만 구체적 정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진하림의 이복동생. 결국 1편의 진하림 역시 한국에 존재하던 가짜 이선생을 처단하기 위해 진짜 이선생이 보낸 일종의 대리인이자 처단자였단 게 드러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서사가 부여됩니다. 바로 진하림과 섭소천 그리고 이선생의 관계입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독전2’의 패착, 바로 이 지점입니다. 앞서 강조했던 이선생의 존재감, 독전전체 판타지가 깨지는 순간입니다. ‘독전2’는 이선생을 공개하는 결정을 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다시 말해 허상, 모두가 쫓던 판타지를 실체화 시키면서 서사의 장르적 무게감을 덜어내 버립니다. 서사가 땅에 발을 딛고 있어야 설득력이 존재하는 장르가 있습니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독전은 후자였습니다. 모두가 쫓는 이선생이란 존재. 그 존재를 쫓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관계, 그 관계가 만들어 내는 서사. 그게 바로 독전의 강력한 동력이었습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더 나아가 독전2’의 심각한 패착은 실체화 시킨 이선생’, 그가 갖고 있던 이유입니다. 그가 왜 이런 모든 일을 벌였는지. 그리고 그가 왜 존재했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존재했는지. 그 이유와 원인 속에 독전2’의 새로운 캐릭터 섭소천(큰칼)과 진하림 그리고 서영락을 구겨 넣어 버립니다. 꼬깃꼬깃 구겨 넣은 서사 속에 원호의 집념과 브라이언의 폭주 더불어 1편의 이유가 모두 귀결됩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독전은 마약이 소재입니다. 모두가 허상처럼 존재하는 이선생을 잡기 위해 또 누군가는 이선생의 보이지 않는 공포감, 나머지 누군가는 이선생만든 장기판 위 말처럼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선택과 그 선택이 만든 결과에 굴복하고 좌절합니다. 이게 바로 독전의 진짜 메인 플롯이었습니다. 하지만 독전2’는 미드퀄 형식에 빠져 독전자체가 존재해야 할 이유와 방향성 모두를 잃어 버렸습니다. 공개된 이선생정체,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이유, 그리고 서영락을 중심으로 모두가 그토록 찾고 싶었고 잡고 싶었고 마주하고 싶던 이유. 그 이유 자체를 독전2’는 허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덧붙여 가장 아쉬운 점은 등장한 여러 캐릭터 가운데 벙어리 남매를 소비적으로 처리한 지점입니다. 독보적으로 이질적인 두 캐릭터를 이 정도로 밖에소비하지 못한 결정. ‘독전세계관에 대한 몰이해가 아니면 선택하기 어려운 결정일 듯합니다.
 
'독전2' 스틸. 사진=넷플릭스
 
P.S ‘서영락1편에선 류준열, 그리고 2편에선 오승훈이 연기합니다. 프리퀄 또는 시퀄과 달리 미드퀄은 본편과 오롯이 연결되는 서사입니다.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발상. 어쩌면 가장 큰 패착의 시작일 듯합니다.
 
P.S-1 한효주가 연기한 큰칼의 이름 섭소천’. 1980년대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홍콩 영화계 전설의 스타. 왕조현을 떠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 영화 흥행 시리즈 천녀유혼속 그의 배역 이름이 섭소천입니다. 뭔가를 노리고 작명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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