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서울’이 ‘핫’ 합니다. 두 편의 영화가 ‘서울’을 배경으로 뜨겁고 또 달콤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온도차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서울을 바라보는 두 편의 시선은 분명 뜨겁고 또 달콤합니다. 1979년 12월 12일 밤 긴박했던 순간을 지켜봤던 서울의 긴장감, 그리고 2023년 현재를 살아가는 서울의 솔로 라이프. 영화 ‘서울의 봄’ 그리고 ‘싱글 인 서울’, 두 편의 영화가 극심한 관객 가뭄을 겪는 극장가에 단비가 될지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편의 영화 모두 ‘서울’을 바라보는 공간적 시선, 특색있습니다.
치욕의 순간 바라 본 서울
22일 개봉한 ‘서울의 봄’, 1979년 12월 12일, 군 내부 사조직 ‘하나회’가 중심이 돼 반란을 일으킨 사건입니다. 실제 역사에선 ‘하나회’를 이끌던 고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이 주축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계엄사령관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과 엮어 체포합니다. 이후 그들은 ‘하나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권력을 잡고 이듬해 이른바 체육관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습니다. 영화에선 ‘전두광’과 ‘노태건’으로 등장해 이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서울의 봄’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인 1079년 10,26부터 5.18 광주 민주화항쟁 전날까지의 기간을 말합니다. 영화에선 10.26 이후부터 12.12 당일까지의 기간을 빠르게 조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우리네 현대사 최대의 영욕이자 치욕의 공간으로 그려진 청와대 보안사 육군참모총장 공관 그리고 광화문 한복판을 담아냅니다. 또한 한강 대교 위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 격전의 순간 속 광화문 한복판에서 만나게 된 신군부 세력과 그들을 막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는 이태신 수도경비사령관의 대치가 담깁니다.
영화 마지막 신군부의 수장 전두광 그리고 신군부를 막기 위해 나선 이태신 사령관의 충돌을 바라보는 서울의 공간적 긴장감은 보는 이들의 오금을 저리게 만듭니다. 두 사람의 격돌 그리고 그들을 내려다 보는 광화문 한 복판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시선이 이 영화 속 서울이 바라보는 치욕의 역사를 대신하는 한 페이지처럼 그려집니다.
혼자여서 설레지만 둘이면 더 달콤한 ‘서울’의 싱글 라이프
‘서울의 봄’과 달리 ‘싱글 인 서울’은 서울이란 대도시의 적막함과 차가움이 주는 느낌, 그리고 그 느낌이 깊게 스며든 싱글 라이프에 대한 일상적 시선이 가슴 셀러임을 만듭니다. 영화는 로맨스 장르답게 달달한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여느 로맨스 장르와 다른 점은 서울이란 공간적 느낌을 최대한 살려낸 점입니다. 콘크리트 가득한 대도시의 적막함과 차가움을 밑바탕에 깔고 들어가지만 그 안에 로맨스 장르의 기본 요소인 러브라인을 녹여내 심심한 듯하면서 가슴설레이는 묘한 분위기를 완성시켰습니다.
극중 주인공인 논술 강사 겸 SNS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작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이 함께 하는 서울 곳곳의 명소는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운 느낌으로 두 사람의 설레임을 대변합니다. 한강변 야경, 남산길의 밤의 적막함, 경복궁과 서울 시내 곳곳의 숨은 뒷길은 어디서 한 번쯤은 봤음직한 익숙함과 도심 속 묘한 이질감이 로맨스란 이름의 장르와 결합되면서 색다른 감성을 자극합니다.
서울이란 거대 도시, 이 도시를 배경으로 그려지고 또 존재했던 거대한 사건과 달콤한 이슈. 올해를 마무리하는 극장가의 색다른 시선이 될 듯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