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대표가 본격적으로 신한자산운용을 벤치마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자산운용이 신한자산운용과 프랑스 금융사 BNP파리바와 결별을 이끈 이창구 전 대표를 사외이사로 앉혔기 때문이죠. 다만 모회사의 적자 기조로 인해 하나자산운용이 경쟁력을 구비하기까지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신임 대표로 김태우 전 다올자산운용 부회장을 선임했는데요. 같은 날 이창구 전 신한자산운용 대표도 사외이사로 선임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하나자산운용은 스위스 금융그룹 UBS를 떼어내고 하나증권 100% 자회사로 편입, 하나금융그룹의 온전한 식구로 거듭났습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UBS를 떼어내고 소프트랜딩(연착륙)이 필요한 하나자산운용이기 때문에 신한자산운용이 BNP파리바와 결별하고 소프트랜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 전 대표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신한자산운용(당시 신한BNPP자산운용)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2021년 12월까지 재임한 이 전 대표의 성과로는 신한BNPP자산운용에서 '신한자산운용'으로 새출발을 한 점이 꼽힙니다. 2021년 1월 신한자산운용은 19년만에 사명에서 BNP파리바를 떼어내고 신한금융그룹의 완전자회사로 편입했습니다.
그해 3월 이 전 대표는 ETF 본부를 신설해 팀 단위 조직을 확장했습니다. 8월에는 ETF 브랜드를 기존 'SMART' 에서 'SOL'로 개편했죠. ETF와 관련한 적극적인 행보는 현재 신한자산운용 ETF 경쟁력 성장에 초석을 다졌는데요. 2021년 1월 당시 ETF 순자산 5359억원, 시장 내 점유율 0.99%였던 신한자산운용은 지난 10월 기준 순자산 1조9999억원, 점유율 1.84%로 성장했습니다.
최근엔 ETF 시장 선점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난 4월 상장한 신한자산운용의 SOL 반도체소부장Fn ETF는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과 AI 반도체 설계에 필수인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 등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선보였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은 TIGER AI반도체핵심공정과 KODEX AI반도체핵심장비 등 HBM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을 담은 ETF를 이달 21일 출시했는데요. 중소형사지만 대형 운용사들보다 한발 먼저 AI 반도체 ETF 시장 선점에 성공한 것이죠.
홀로서기를 시작한 하나자산운용 역시 ETF 부문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자산운용의 성장 과정에서 답을 엿볼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하나자산운용은 하나대체운용과의 합병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이 전 대표는 신한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의 합병 과정에서도 역할을 했죠. 하나자산운용이 앞으로 향할 행보와 신한자산운용이 걸어온 과정은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하나자산운용이 현재 처한 상황에선 빠른 성장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은행권에선 이익 환수를 상시화하는 횡재세,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 우려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죠. 모회사 하나증권은 3분기 영업손실 569억원, 당기순손실 4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신한자산운용은 당시 상황이 평온했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며 "엣지 있는 상품 서비스가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왼쪽)과 김태우 하나자산운용 신임 사장이 지난달 30일 출범식에 참여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하나자산운용)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