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되면 검게 세상을 뒤덮어 버리는 그림자가 생겨납니다. 세상을 어둡게 만드는 이들의 정체는 바로 떼까마귀인데요, 5000여마리의 떼까마귀들은 무리 지어 다니면서 온갖 말썽을 부립니다.
시베리아·몽골 등 북부지역에서 서식하다가 겨울철 남쪽으로 이동하는 겨울 철새로 군집성이 강해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하는 떼까마귀는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수원시와 화성시 일대는 매년 이맘때 떼까마귀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과 배설물로 인한 차량 훼손이 주를 잇죠.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전깃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면 공포스럽기 그지없습니다.
2019년 말 처음 떼까마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녘 수원 서부를 지나다가 수백마리의 떼까마귀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봤죠. 이런 모습을 처음 본 저는 그저 장관이라는 말밖에 안 나왔습니다. 그렇게 많은 새도, 일정한 행렬도 처음봤거든요. 그런데 문제는 저녁에 알게됐습니다. 인계동과 원천동 일대에서 만난 떼까마귀는 그저 골칫덩이 그 자체였거든요.
떼까마귀가 무리로 앉아있는 전깃줄 바로 밑 자동차들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배설물로 뒤덮였습니다. 저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하며 차주한테 차를 옮기라고 전화를 해야하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죠.
2주 전 저도 떼까마귀로 인해 세차를 했습니다. 수원시청 인근에 주차를 한 뒤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언제 왔는지 차 위 전깃줄에 떼까마귀가 가득했고, 제 차엔 그 녀석들의 배설물이 곳곳에 묻어있었습니다. 떼까마귀의 테러로 다음 날 바로 세차를 강행했죠.
겨울이 오면 수원엔 떼까마귀가 어김없이 돌아온다는 걸 잠시 잊었기 때문에 발생한 작은 사건이었습니다. 3월이 되면 떼까마귀는 다시 다른 지역으로 날아갑니다. 그때까진 계속해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이 새들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습니다.
수원시에서도 매년 레이저 퇴치기를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을 쫓아내기엔 무리가 있다고 합니다. 지능이 좋은 까마귀는 이들의 위협에도 다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앞으로 4개월가량은 실내 주차장을 이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만난 떼까마귀.(사진=박한솔 기자)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