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 제 차의 문을 강제로 개방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고, 경찰은 그저 합의하라는 말만 계속할 뿐 피해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때는 11월 중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습니다. 여성분이 차분한 목소리로 "저희 아버지가 우리 차인 줄 알고 그쪽 차 문을 열었는데, 지금 한 번 확인해 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우선 주차장으로 내려가 확인해 보니 정말로 차 문이 열려있었고, 내부를 뒤진 듯 글로브박스도 열려 있었습니다.
곧바로 여성에게 전화해 상황을 물어보니 여성분의 아버지가 제 차를 본인의 딸 차인 줄 알았고, 차키가 차 안에 있다고 생각해 보험사를 불러 강제로 개방했다는 것입니다. 황당했습니다. 차 소유주와 전화 건 상대가 일치하지 않는데 왜 차 문을 열어줬을까 하는 생각에 보험사에 전화해 따졌습니다.
보험사에서는 당시 차량 소유주와 전화한 사람의 신원이 달라 열어줄 수 없다고 했지만, 전화한 어르신이 당장 문을 열라고 억지를 부렸고 정 문을 열고 싶으면 이쪽에 연락해 보라며 보험사의 하청업체로 있는 렌터카 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렌터카 업체에 확인해 보니 할아버지가 당장 문을 열라고 우겨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다고 시인했습니다.
화가 난 저는 곧바로 경찰서에 신고했지만, 경찰에게 돌아온 답변은 "문을 연 사람에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차량 소유주를 확인하지 않고 문을 연 렌터카에 대해서도 그냥 합의하라는 말뿐이었죠.
경찰에 신고한 적이 처음이기에 원래 이렇게 수사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봐도 문제가 있는데, 왜 수사를 하지 않지? CCTV에 렌터카 직원과 차 문을 연 남성이 내 차를 뒤지는 모습이 찍혔고, 경찰과 함께 확인했는데 왜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의문만 들었습니다.
애초에 경찰은 신고 접수부터 거부했습니다. 대충 내용 설명만 들은 경찰은 이런 건은 신고해도 무의미하므로 그냥 합의하라고 말했고, 재차 신고하겠다고 말하자 마지못해 신고 접수를 한 뒤 다시금 "그냥 합의하세요"라고 말했죠.
강제로 차 문이 열려도 피해자는 그저 합의만을 바라보고 멍하니 있어야 하는 걸까요. 정말 신고가 무의미한 건지 경찰이 무신경한 건지 궁금합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