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조용훈 기자] 절반 가까이 오른 '금사과'에 이어 파·오이·토마토 등 농산물 물가가 2년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우유·아이스크림 등을 비롯한 가공식품, 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도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특히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진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오리고기·닭고기·우유·계란 등의 가격 불안도 가중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6.6% 상승했습니다. 이 중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2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3.6% 급증하는 등 0.57%포인트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이번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지난 2021년 5월(14.9%) 이후 상승 폭 최고치입니다.
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5.5% 올랐다. 그래픽은 주요 상승 품목. (그래픽=뉴스토마토)
주요 품목을 보면 사과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달 사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5.5% 상승했습니다. 파와 오이도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9.3%, 39.3% 급증했습니다. 이어 토마토 31.6%, 귤 16.7%, 포도 16.4%, 쌀 10.6% 등 장바구니와 밀접한 품목들이 줄줄이 올랐습니다.
가공식품 물가도 전년 동월 대비 5.1% 올랐습니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급증한 우유와 아이스크림이 눈에 띕니다. 우유는 전년보다 15.9%, 아이스크림은 15.6% 상승했습니다. 빵 가격도 4.9% 늘었습니다.
외식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하는 등 0.64%포인트의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햄버거(16.9%)입니다. 구내식당 식사비(5.5%)는 뒤를 이었습니다.
하락세에 접어든 축산물 물가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면서 축산물 물가가 하락했지만, 오리·닭·계란 가격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집계를 보면 지난 4일 기준 오리고기 도매가격은 5781원으로 전년 평균 가격(4838원) 대비 약 19% 올랐습니다. 닭(육계, kg) 고기 가격은 5796원으로 전년 평균 가격(5401원)보다 7.3% 올랐습니다. 계란(특란 30구)은 6991원으로 전년 평균 가격(6717원)보다 4% 증가했습니다.
AI 확산 여부가 변수입니다. 앞서 4일 전남 고흥군 소재 육용 오리 가금농장에 AI 확진 사례가 발생한 바 있습니다.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건은 올해 첫 사례입니다. 겨울철 AI 확산 규모가 커질 경우 생산량 감소로 인한 물가 상승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 AI 방역회의를 통해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란 가격에 영향이 없도록 산란계 농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방역관리에 최선을 다해 줄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반적인 물가하락 추세에도 먹거리를 포함한 생활 물가는 여전히 높다"면서 "국민 체감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현재 가동 중인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더욱 강화해주시기 바란다"고 주문했습니다.
5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사과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5.5% 올랐다. 사진은 마트 내 사과.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조용훈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