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계속되는 가운데 향후 물가는 완만한 둔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은 내년 연말쯤엔 물가 목표치인 2%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한은은 물가가 목표 수준까지 내려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물가가 안정 단계에 이르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한은 "소비자물가 완만한 둔화 흐름"
(그래픽=뉴스토마토)
한은은 20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추가적인 공급충격이 없다면 수요측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비용압력도 점차 완화되면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연말로 갈수록 2%에 근접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은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연간(1~11월)기준 3.6% 상승하며 목표수준을 웃돌지만 5.1%였던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둔화했습니다. 소비자물가의 월별 흐름을 보면 연초 5%까지 뛰었던 물가는 지난 7월 2.4%까지 내렸지만 8월 이후 유가·환율·농산물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반등한 바 있습니다. 10월에는 3.8%까지 높아졌다가 11월 3.3%로 다시 상당부분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는 수입물가는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했으나 국제원자재가격이 다소 안정되면서 올해 2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12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중반 범위 내에서 움직이다가 최근 1300원 내외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 비용압력 물가 변수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플레이션을 목표(2%)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경계했습니다.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판단한겁니다. 이에 향후 물가에 대응한 추가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경기 중심의 통화정책으로 인하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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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물가 전망경로 변수로는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압력 영향 등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꼽았습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수요 부진 우려, 중동사태 확산 가능성 축소 등으로 70달러 중반(두바이유 기준)으로 내렸지만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추가 감산과 지정학적 정세 불안, 기상이변 등 상방리스크가 여전합니다.
국제식량가격의 경우 곡물 가격이 지난해 2분기 고점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설탕과 코코아 등 일부 품목의 가격 불안정, 기상이변 가능성 등이 리스크 요인이라고 하는데요. 이에 더해 우리나라의 경우 잇따른 기상여건 악화 영향으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민간소비 등 내수에서의 물가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고용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해 민간소비는 점차 개선되지만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회복세는 완만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정부 측면에서도 전기·도시가스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폭 축소 등이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미국 긴축 확인 후 금리 움직을 듯"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을 때까지'라는 조건을 밝힌 만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근접하게 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데 이어 내년에는 기준금리를 3차례 인하할 가능성까지 시사하기도 했는데요. 시장에선 사실상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징되는 현 긴축 사이클의 종료 선언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올해 2월부터 7차례 연속 동결을 결정한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미금리역전폭 확대가 우려의 대상이었던 만큼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는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 사라졌음을 뜻하는 셈입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도(금통위원)들도 지난달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3.50%로 7차례 연속 동결한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을 두고 미묘하게 엇갈린 의견을 나타났습니다. 한은이 공개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현 금리 수준은 충분히 긴축적이라고 생각하며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현 3.50% 수준에서 동결하고 당분간 전망경로 대비 성장과 물가의 향후 추이, 그리고 금융시장 상황을 관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B금통위원은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대로 빠르게 안착되도록 하는 데에 가장 큰 중점을 두고 금융안정 리스크 가능성, 가계부채 증가추이, 주요국 통화정책의 변화, 외환시장 및 경기 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해 나가야 한다"며 "물가경로가 현재 예상경로보다 상회하고 목표수준대로의 안착이 보다 지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추가긴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