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상호금융조합의 대표격인 농협중앙회와 새마을금고중앙회가 회장 연임 여부를 두고 묘하게 엇갈린 처지에 놓였습니다. 농협은 단임제인 회장직의 연임 허용을 추진하려다 실패한 반면, 새마을금고는 연임제인 회장직의 단임제 개혁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농협 회장은 단임제로, 새마을금고 회장은 연임제로 남게 됐습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0월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 기관 종합감사에서 위성곤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농협법 개정안은 농업 농촌 지원과 재원을 확대하고 준법감시인 구축 등 혁신 내용 포함하고 있는데요. 도시 조합의 정의 신설을 비롯해 △도시농협 도농상생사업비 납부 의무화 △농업지원사업비 부과율 상한 상향 △회원조합 내부통제 강화 △비상임조합장 3선 제한 △회원조합 조합장 선출방식 직선제 일원화 △회원조합지원자금(무이자 자금) 투명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합니다.
농협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발목잡힌 것은 회장 연임 1회 허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 농협법 130조 제5항에 따르면 회장 임기는 4년이고, 재임명은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부칙에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적시, 현직 회장부터 소급 적용하게 됩니다.
농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일은 내년 1월25일인데요. 지난 13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후보자 등록 신청은 내년 1월10~11일 이틀 동안 진행됩니다. 후보자 등록 신청 전까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부가 공포하면 이성희 현 회장은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되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입니다.
여야 내부에서도 '이견 분분'
농협중앙회장 연임 허용을 두고 정치권에선 의견이 분분합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야당은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고, 여당 내부에서도 '통과돼도 왜 현 회장이 포함돼야 하나'라는 속마음이 있긴 하다"고 전했습니다. 한 야당 의원은 "농협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중점 법안으로 해서 올리는 것으로 논의된 법안이 원래 아니다"라며 "상임위에서도 100% 찬성이 아니었고 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야당 관계자는 "농협법 상정 여부는 야당 내부에서도 의원들 간 이견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여당 한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고 했습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제19대 김인 중앙회장의 임기가 지난 21일 당선자 공표 즉시 시작됐다고 밝혔다. 김인 중앙회장은 당선 직후 주요 현안사항에 대해 보고받으며 업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새마을금고중앙회)
반대로 새마을금고는 각종 부실 사태 이후 회장 임기를 단임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해 왔는데요. 지난달 행정안전부와 새마을금고 경영혁신자문위원회(혁신위)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새마을금고 관련 경영 혁신안 및 이행 계획을 발표했지요.
개정안에는 지배구조 혁신과 함께 금고 감독체계 강화 방안 등이 담겼는데요. 중앙회장의 권한을 대외활동 업무와 이사회 의장 역할로 정도로 축소한 것이 골자입니다. 현재 연임이 가능한 중앙회장 임기는 4년 단임제로, 6억원 이상이던 보수는 23% 삭감하고, 전무이사와 지도이사를 경영대표이사로 통합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담겼습니다.
행안부는 당시 제21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른 입법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11월 중 발의 및 논의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적인 협의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세웠는데요. 법률 개정안 시행 시기 등을 고려해 하위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법률 위임이 필요하지 않은 규정은 내년 상반기 중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회장 임기 단임제'를 내건 새마을금고 의지와 달리 개정안 처리는 지지부진합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1월 조은희 국민의힘과 이달 초 송재호 민주당 의원이 각각 새마을금고법 개정안을 냈는데요. 두 법안 모두 상임위 접수·심사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야당 한 관계자는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28일에 예정돼 있는데 만일 다음 회기로 넘어간다 해도 국회는 총선에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당 관계자도 "법사위는 관례적으로 선입선출이라 기존에 상정된 법안을 먼저 처리하기 때문에 새마을금고 개정안처럼 늦게 발의된 건 (총선 전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1일 19대 중앙회장으로 김인 회장을 선출했는데요. 만약 개정안이 무산된다면 김 회장은 2026년 20대 선거에서 다시 출마할 수 있습니다. 현재 1회 연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차훈 전 회장의 사퇴로 인해 김 회장의 남은 임기인 2026년 3월14일까지입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