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올해 카드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애플페이인데요. 현대카드에서 수수료가 비싼 애플페이를 덜컥 도입하면서 간편페이 수수료 경쟁에 불을 댕겼습니다. 가뜩이나 조달금리가 높아져 어려움을 겪던 카드업계를 더욱 힘들게 했다는 평가인데요. 다행히도 비싼 수수료 탓에 다른 카드사들이 애플페이를 외면하면서 여파는 크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카드사들은 캐릭터 마케팅과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를 적극 발급하며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서울시내 한 스타벅스 계산대에 애플페이 결제 가능 안내 스티커가 붙어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5월부터 스타벅스 전국 매장에 애플페이 서비스를 도입했다(사진=뉴시스)
애플페이발 결제 지각변동 '글쎄'
올 한해 카드업계를 휩쓴 키워드는 단연 애플페이입니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느니 북한과 통일이 빠를 것 같습니다" 애플페이 도입이 차일피일 늦어지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통일이 더 빠를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돌았는데요. 결국 올해 3월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서비스를 국내 최초 출시했습니다.
서비스가 출시된 3월21일 오전에만 약 17만명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애플페이를 등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는데요. 실제 애플페이 출시 이후 현대카드는 한 달 동안 신규 발급된 카드가 약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13만8000장) 대비 약 2.6배나 증가키도 했습니다. 다만 신규 가입자 수는 초반 3개월간 15만명 수준을 상회하며 선두를 달렸지만, 이후부터는 감소세를 보이면서 '반짝 효과'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특히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도입 시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업계 내 출혈 경쟁을 야기했다는 비판도 나왔는데요. 최종적으로 수수료 부담이 소비자에 전가된다는 우려가 제기된 겁니다. 현대카드와 애플페이의 계약 조건이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현대카드가 결제 건당 약 0.15% 수수료를 애플에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0.03%), 이스라엘(0.05%)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수료율인 상황에 카드업계는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에 결국 (현 카드사가) 참여한다 해도 높은 수수료율에 돈을 번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고객 편의를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면서도 "애플페이는 현재 국내 결제 확장성도 좋지 않아서 '계륵'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애플페이는 EMV 컨택리스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EMV 컨택리스는 유로페이·마스터·비자카드의 약자를 딴 것으로 국제 NFC(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표준입니다. 아직 국내 결제 비중은 10%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소비자에게 반응이 좋았던 짱구 신한카드와 푸바오 KB국민카드(사진=신한카드, KB국민카드 제공)
'펭수·짱구·산리오' 캐릭터 플레이트 인기
수익성이 악화한 카드업계는 올해 PLCC를 늘리고 카드 플레이트에 캐릭터 디자인을 강화화면서 고객 모집을 노렸습니다. 특히 카드사들은 취향과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한정판 카드와 캐릭터 카드에 열을 올렸는데요.
카드사들은 최근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펭수 등 대형 IP뿐만 아니라 산리오, 원피스, 짱구는 못 말려, 월리를 찾아라 등 추억의 캐릭터, 다이노탱, 최고심, 망그러진 곰 등 최근 SNS로 인기를 얻은 캐릭터 등을 활용한 다양한 캐릭터 카드를 선보였습니다.
KB국민카드는 에버랜드의 인기판다인 '푸바오'를 메인 캐릭터로 내세우며 'KB국민 에버랜드 판다카드 푸바오 에디션'을 출시한 지 2영업일 만에 '완판', 인기를 톡톡히 증명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카드는 지난 1일 총 1000장 한정으로 선착순 판매했는데,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4000매를 추가 판매에 나섰습니다. 또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지난 9월에 실시한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 카드는?' 설문조사(9월22일~10월8일, 총 2015명 참여)에서 KB국민카드의 '토심이와 토뭉이'(697표,약 34.6%)가 1위를 차지했는데요. 해당 카드는 출시 2개월 만에 4만 좌 발급 실적을 냈습니다.
올 한해 캐릭터 카드 열풍을 이끈 신한카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카드 발급량은 올해 3월 출시한 산리오는 15만장, 올해 6월 출시한 짱구는 13만5000장입니다. 신한카드의 산리오 캐릭터 카드는 신청이 몰리며 배송 지연 등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내 카드 시장은 포화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단순 혜택이나 이벤트 외에 고객의 소장 욕구까지 자극해야 현재 신규 회원을 유치할 수 있다. 입소문 등 홍보효과로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건 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카드사, 브랜드 충성고객 확보 나서
PLCC 역시 상품 설계부터 카드사와 제휴 기업이 함께하기 때문에 기업 특화적 성격을 갖고 있는데요. 카드업계는 해당 기업 브랜드의 충성 고객이 카드 고객으로 자연스레 유입되는 효과를 주목했습니다.
올해 7월 기준으로 국내에 발급된 PLCC카드는 총 733만8677장인데요. 이는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년 전(621만822장)보다 112만7855장, 18.16% 증가한 수치입니다.
KB국민카드는 국낸 1위 이커머스기업 '쿠팡'과 제휴하며 PLCC '쿠팡와우카드'를 출시했는데요. 이는 국민카드가 지난 10월 11만6000명의 신규회원을 모은 것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월 멤버십 회원 3000만명을 보유한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업해 CJ ONE 특화 PLCC를 내놨습니다. 비씨카드도 1000만 회원을 보유한 리테일 기업 컬리와 협업해 특화 PLCC를 출시하고, 발급 2달만에 3만좌를 돌파했습니다.
이 밖에서 전업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는 호텔 제휴 PLCC(아코르 ALL 우리카드, 메리어트 본보이 더베스트 신한카드 등), 유통 제휴 PLCC(이케아, CJ ONE 프리즘, 스마일카드, 신세계) 등 다양한 상품을 매달 출시하는 중입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제휴를 맺는 브랜드 기업 카드는 카드사도 해당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카드사로서는 해당 브랜드 충성고객을 새 고객으로 유입할 수 있어서 신규 시장 풀을 넓히고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있어서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