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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저축은행 PF정상화 펀드 추가 조성 만지작
작년 말 펀드 출범 불구 거래 성사 '1곳' 불과
입력 : 2024-01-2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우려가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상화 작업이 늦어지고 있는데요.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PF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는 펀드를 추가 조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저축은행, 자산운용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부실채권(NPL) 매입 가격에 이견을 보이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는 만큼 정상화 지원 방식을 다변화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기존 PF 정상화 펀드 성과 부진
 
상반기내에 저축은행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사진은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의 모습.(사진=뉴시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상반기 중 저축은행권의 PF 정상화 펀드 조성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부실채권이 워낙 많은 상황이라 지난해보다 참여 저축은행사와 액수 모두 규모를 키워 추가 조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펀드 자금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본 PF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브릿지론 단계의 부실채권(NPL)을 매입해 재매각하는 용도로 쓰일 예정입니다.
 
브릿지론은 동산 개발 사업 과정에서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대출을 뜻하는데 다음 단계인 본 PF와 비교해 예상 수익이 많지만 그만큼 위험도 큽니다.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본 PF 대출을 받기 전 토지대금 마련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단기 대출로 통상 만기가 짧고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업계가 주로 취급해왔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1000억원 규모의 PF 지원펀드를 마련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사업장별 채권 매입 가격을 두고 대주단과 사업자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부동산 PF사업장 정상화 지원 플랫폼에 등록된 전국 80여개 부실 우려 사업장 가운데 거래가 이뤄진 곳은 단 1곳입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거래방식과 가격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상당수 PF의 시행사나 대주단은 낮은 사업성에도 만기를 연장하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요.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시적인 결과는 1건뿐이지만 진행 중인 사업장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은 부실채권이야 많으니까 돈을 조성한 후 업계에서도 노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저축은행 PF 대출잔액·연체율 급등 
 
PF 사업장 정상화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으면서 제2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저금리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수익원이 됐던 부동산 금융이 고금리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익성 악화는 물론 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축은행업권은 자기자본 대비 PF규모가 전체 금융업권 가운데 가장 크고 브릿지론 비중이 지나치게 높습니다. 
 
난해 9월 말 제2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3조 6000억원에 이르는 데 이는 최근 2년사이 24.9%오른 규모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한 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실제 나이스 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저축은행업계 브릿지론 비중은 55%에 달합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심각한 수준인데요. 지난해 9월 말 제2금융권 건설·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193조 6000억원에 이르는데요. 최근 2년사이 24.9%오른 규모입니다. 
 
대출 잔액뿐 아니라 연체율 등 부실 지표 수준과 상승 속도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3분기 비은행권의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5.51%, 3.99%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을 뿐 아니라 지난 2022년 3분기 각각 1.77%, 1.55%와 비교해 불과 1년 사이 각 3.1배, 2.6배나 뛴 수치입니다.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저축은행에서 건설업이 7.34%, 부동산업은 5.97%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1년 전에 비해 2~3배 가량 올랐습니다.
 
부동산업은 2018년 4분기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은 수치고 건설업은 2017년 1분기(8.42%)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고 기록입니다.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채권 평균 연체율 조차 1년 사이 5배 이상 오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평균 연체액도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평균 연체율은 6.27%로 전년 동기(1.14%) 대비 5.13% 증가했습니다. 평균 연체액도 같은 기간 176% 늘어난 39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상당수 PF의 시행사나 대주단은 낮은 사업성에도 만기를 연장하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향후 금리가 내려가면 공사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한 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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