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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불완전판매 손실 보상 불투명
'투자자 책임 원칙' 부상…금소법 소급 적용도 불가
입력 : 2024-01-21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금융당국이 오는 3월까지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에 대한 배상안 마련을 완료하겠다고 예고했는데요.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했다며 원금보장은 물론 피해보상까지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 내에서도 투자자 책임 원칙을 따져보겠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등 관련 법을 소급 작용하는 것도 어려워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준의 손실 보상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홍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지수(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거나 손실 위기에 처한 약 300여명의 투자자들이 19일 오후 1시 금융감독원 본원 앞에서 집회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홍콩 H지수 연계 ELS의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원인데요. 이 가운데 상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판매액만 10조2000억원에 이릅니다. 홍콩H지수가 현재와 같은 흐름을 보인다면 전체 손실액은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8일 이후 확정된 원금 손실률은 48~52%수준인데요. 이 대로라면 원금의 절반 이상을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ELS 손실을 입은 소비자들이 결성한 'ELS 가입자 모임'은 금융당국과 은행권을 상대로 손실 보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300여명의 피해자들이 피해 촉구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들은 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은행이 원금보장은 물론 피해보상까지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고난도 금융상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초고령자에게 예금보다 더 나은 상품이라며 가입을 권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65세 이상 고령투자자의 투자액은 전체 잔액의 30.5%인 5조4000억원에 달하며 초고령층인 90대 투자액도 90억8000만원이나 됩니다. 금감원은 70대 이상 고령층에게 고위험 상품을 권유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검토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ELS 투자자 중 과거 ELS 투자 경험이 있는 가입자는 91.4%에 달합니다. 투자자 책임 원칙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조기 상환 등으로 이익을 봤을 때는 침묵하다가 손실이 생기자 불완전판매에 당했다고 주장한다는 반대 여론도 있습니다. 투자자도 본인의 투자 결정에 따른 손실 등 책임을 감당해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ELS는 예·적금이 아니라 자기 책임 하에 드는 금융상품인 만큼 투자자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당연히 있다"며 "DLF나 사모펀드와 같은 사기성 상품과 같이 볼 건 아닌 것 같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홍콩 ELS 사태의 경우 지난 2019년 사모펀드 사태와는 양(규모)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며 "공모를 통해서 ELS를 주로 판매한 것인데 사기성 상품으로 볼 여지는 적은 데다 고난도 상품에 대한 제도개선 이후 판매된 것들이라 불완전판매 수위가 높을 것 같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은행권에서도 고령층이라고 해도 ELS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이 90%가 넘는 만큼 섣부르게 불완전판매를 단정짓기는 곤란하다는 반응입니다. 3년 전인 저금리 시절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주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금리 상품으로 여겨져 '국민 재테크'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단순히 불완전판매로 보기에는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소급 적용이 안된다는 점도 문제인데요. 금감원의 검사 결과 불완전판매 정황이 뚜렷해도 금소법 위반을 이유로 들어 배상 및 법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소법이 규정한 판매사의 손해배상책임도, 적합성·적정성 원칙 등 6대 판매 원칙 위배 사항도 물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고령 투자자의 기준도 해당 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기존 70세에서 65세로 하향된 만큼 2021년 3월 말 이전에 65~69세였던 고령 투자자는 당시 법을 적용받아 고령 투자자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투자자보호의 주요 근거가 되어온 자본시장법도 적용하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 당국은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지난 2019년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은 지난 2021년 5월 10일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포함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시행령 개정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계약 체결 과정을 녹취하고 2영업일 이상의 숙려 기간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지난 2021년 5월 10일 이전에 판매된 상품은 이 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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