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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째 말로만 은행 과점 해소…'메기' 등장 요원
입력 : 2024-01-1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의 막대한 수익을 두고 또다시 '독과점' 탓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을 약속했는데요. 정작 금융당국은 독과점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에 메기가 등장을 하긴 하는 걸까요.
 
대통령, 은행 독과점 또 비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또 다시 은행권의 독과점 체제를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윤 대통령이 은행권의 독과점 체제 해소를 주문한 뒤 별도의 팀까지 꾸리고 수개월에 걸쳐 방안을 마련했는데 사실상 윤 대통령의 인식이 크게 바뀌지 않은 만큼 서둘러 눈에 띄는 성과물을 내놓으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행 독과점 문제는 윤대통령이 여러번 비판한 바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영 ·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대책을 내놓은 바 있지만 유의미한 수준의 개혁적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존 체제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쟁자가 등장할 만한 제도적 환경이 구축되지 않아서인데요. 금융기관 간 업종별 장벽을 없애고 금산 분리 규정 완화 등을 통해 애플통장과 같은 메기가 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석병훈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 규제를 완화해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한다"며 "금산분리뿐 아니라 자기자본비율, 중저신용자대출 비율, 지급결제업 허용 등 제한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 걸림돌을 좀 치워줘야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 촉진과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다고 예고했습니다. 금융사의 은행 전환을 독려하고 요건을 갖추면 언제든 은행 인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 방향을 바꾼 것인데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지급결제전문은행,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등 특화은행을 설립을 예고한 것입니다. 
 
은행업 신규 인가 등의 방안은 유권해석, 금융 리스크 등의 이유로 메기가 등장하기 쉽지 않은 환경인 반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으로 가장 큰 기대를 받았지만 관련 계획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시중은행 전환 등 1년째 지지부진
 
당국은 DGB대구은행을 ‘메기’로 내세워 기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진은 DGB대구은행 본점. (사진=뉴시스)
 
우선 당국은 DGB대구은행을 '메기'로 내세워 기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상 지배구조 개편없이도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직까지도 대구은행은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신규 플레이어 진입의 첫 단추부터 지지부진한 상황인것입니다. 
 
이미 자본금과 자금조달방안, 주주구성계획 등 인가를 받기 위한 조건들이 마련된 상황인데요. 그런데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전례가 없었던 만큼 현행법에도 그와 관련된 인가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회의를 통해 은행법에 대한 유권해석이 필요합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법 8조 제5항을 중점적으로 조금 달리 해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지방)은행의 인가를 받은 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금융위원회에 그 (인가)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광주은행과 토스뱅크의 공동대출 상품 출시도 늦어지고 잇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겸영 업무 신고서 등 관련 서류 제출을 완료했으나 공동대출이 첫 사례기 때문에 유권해석 등 금융당국의 검토 과정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상시 진입 가능한 시장으로 규제가 완화되었지만 은행 리스크를 이유로 인가가 차일피일 미뤄질 뿐아니라 선발주자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조차도 고신용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등 개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단기간 내 매기가 진입하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물 건너 간 특화전문은행
 
특정 분야나 고객층에 금융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는 특화전문은행 설립도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 발발을 계기로 동력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금융사의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상황이 되면서 신규 은행 인가가 현행 제도의 틀안에서만 진행하기로 제도 방향을 선회한 것입니다. 
 
현재 소상공인연합회, 자비스앤빌런즈, 한국신용데이터(KCD) 등 3곳이 신규 플레이어를 자처한 상황입니다. 각각 자영업자나 소송공인 특화은행인 소소뱅크, 프리랜서와 소상공인 특화상품을 취급하는 삼쩜삼뱅크, 소상공인 자영업자 특화은행인 KCD 뱅크 인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기업금융에 특화됐던 SVB가 파산하면서 특화은행일 경우 사고 대책을 더 엄밀히 따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화은행의 경우 한 분야에 쏠려있다 보니 작은 위기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와 함께 소상공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아 리스크관리 능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특화전문은행 등 관심을 모았던 사안에 대해 검토를 추진 중 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강도 긴축의 부작용으로 금융사 건전성이나 유동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시기"라며 ""특화전문은행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하면 그때 새로운 제도를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국민과 함께하는 네 번째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금융권 초과이익의 주요 원인은 독과점 울타리 속에서 벌어지는 경쟁 부재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김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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