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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계 ‘미다스의 손’ 김창수 F&F 회장 ‘엔터 쉽지 않네’
‘IP경영 매직’ 김창수 회장, 패션과 엔터 접목 선언
입력 : 2024-01-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창수 매직’. 국내 굴지의 패션 회사 F&F(383220)를 이끄는 김창수 회장의 이른바 ‘IP(지식재산권) 경영 전략을 빗댄 말입니다. 손 대는 브랜드마다 성공시켰습니다. 하지만 엔터사업에서 김 회장의매직이 깨졌습니다. 엔터 분야로 IP 사업을 확장하면서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준비한 사업이 첫 발부터 헛다리를 짚었습니다. F&F그룹의 엔터 사업을 이끄는 F&F엔터 최재우 대표의 미숙한 매니지먼트 기획력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엔터업계에서는 엔터산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을 첫삽 실패의 원인으로 꼽습니다.
 
김창수 F&F 대표이사. 사진=F&F
 
IP 경영 매직무너졌다
 
F&F는 일반인에겐 생소한 기업입니다. 하지만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MLB’ 등 패션 브랜드는 너무도 익숙합니다. 김창수 F&F 회장은 패션과 관계없는 브랜드의 IP를 들여온 후 F&F만의 기획과 콘셉트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는 패션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합니다.
 
김 회장은 1997년 미국 메이저리그 협회(MLB)로부터 의류 판권을 획득해 MLB라는 브랜드를 선보였고, 2012년에는 디스커버리로부터 같은 방식으로 판권을 획득해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성공의 과실은 F&F의 막대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F&F 2022년 전체 매출액은 18008억원. 작년에는 3분기까지 139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4078억원으로 직전년도 온기(5249억원) 수준의 80%에 육박합니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엔터 업계 1위인 하이브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206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의 이익을 기록 중인 셈입니다. 패션업계에서는 F&F의 성장은 김 회장의 IP 기획 경영 산물이라고 평가하는데요.
 
IP 경영에 대해 쉽게 생각했었을까요? 계속된 승승장구는 오만으로 발현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의 신호는 F&F 메인 동력인 IP기획을 엔터에선 접목하면서 나타납니다.
 
최재우 F&F엔터 대표. 사진=F&F
 
F&F엔터 최재우 대표, 미숙한 매니지먼트 기획력
 
F&F그룹이 엔터 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도전한 첫 번째 기획은유니버스 티켓입니다. SBS(034120)와 함께 준비한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신생 엔터 업계 약점인 IP 홍보 효과를 노릴 계획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합니다. 작년 11월 첫 회가 나간 뒤 지난 17 10회로 막을 내린유니버스 티켓 1회가 1% 시청률을 겨우 넘긴 뒤 이후에는 줄곧 0%대를 기록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이란 측면에서 화제성 제로의 평가가 나옵니다. K팝 근간인 아이돌, 아이돌 근간이 되는 팬덤, 팬덤의 근간이 되는 '화제성'에서 철저히 외면 받은 겁니다.
 
엔터업계에서는 F&F그룹 엔터 사업을 이끄는 최재우 대표의 매니지먼트 기획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데요. 최 대표는 카카오엔터에서 음악 콘텐츠 투자유통전문가로 재직해 왔습니다. 그가 역량을 발휘해 온 분야는 드라마 OST 작사인데요. 별에서 온 그대’, ‘시크릿 가든’, ‘김비서가 왜 그럴까등 한류 드라마 OST 앨범 기획과 프로듀싱 작사에 참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때문에 그가 작년 초 F&F엔터 대표로 합류한 것부터 물음표가 붙습니다. 매니지먼트가 메인이 되는 기획사 대표로서의 검증이 전무해서인데요. F&F 관계자는 유니버스 티켓은 내부적으로 실패라고 보지 않으며, 현재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최재우 대표가 시즌2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셀트리온의 향기가 난다
 
패션 회사 F&F의 느닷없는 엔터 사업 진출은 과거 비슷한 과정을 거친 한 회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제약회사 셀트리온(068270)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참한 실패를 경험한 선례인데요. 한때 포브스가 발표한국내 부호 1에 오를 정도로 막강한 재력을 갖춘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일까요. 셀트리온은 계열사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2019 2월 창립작 영화자전차왕 엄복동을 선보였습니다.
 
‘자전차왕 엄복동의 성적표는 참담했습니다. P&A 비용까지 포함해 150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의 최종 관객 스코어는 172223(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 손익분기점 400만명의 25분의 1 수준입니다.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의 아마추어적 프로듀싱과 배우 이범수의 미숙한 제작능력이 결합한 결과물이었습니다.
 
F&F엔터에서도 셀트리온의 향기가 납니다. ‘유니버스 티켓의 제작비는 100억원 규모인데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 놓였기 때문입니다이런 상황에서도 F&F 측은유니버스 티켓이 성공적이었다며 자평 중입니다.
 
F&F측은시청률은 방송사 몫일 뿐 멤버 선발을 위한 결과물에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제성은 충분하다 “‘라코이(방송 콘텐츠 가치정보 분석 시스템)’에서 예능 부문 2위에 오를 정도로 큰 화제도 모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유니버스 티켓마지막회가 방송된 지 6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이들에 대한 홍보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에선 걸그룹다이아의 멤버유니스가 대표로 검색될 정도입니다. F&F엔터의 매니지먼트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비 엔터 산업군이 엔터 산업 화제성에 기대 무리하게 뛰어드는 경향이 많다면서주력 상품 홍보 수단으로 엔터를 활용하려는 경향이 눈에 띄는데, 이 산업을 너무 쉽게 본 것이다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유니버스 티켓’ 첫 방송 직후인 작년 11월 20일 F&F의 한국거래소 마감가는 87100원이었습니다하지만 마지막회 방송 직후 종가는 7900원입니다시가총액으로만 이 기간 동안 무려 6206억원 가량이 사라졌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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