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전세대출을 모바일에서 손쉽게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31일 문을 열었습니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대환대출 플랫폼에 포함되면서 총 120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 시장은 완전경쟁 구도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5대 은행 전세 대출 최저 금리는 연 3%대 후반인데요. 최근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가 시작된 후 은행들이 역마진까지 감수하며 금리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전세대출 금리도 3%대 초반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온라인·원스톱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을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에서 모든 주택 전세자금대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앞에서 구동한 대출 비교 플랫폼 모습. (사진=연합뉴스)
보증부 전세자금 대출만 가능
전세 대환대출을 지원하는 금융사 앱은 신한·우리·하나·농협·IBK기업·SC제일·DGB대구·BNK부산·BNK경남·광주·전북·Sh수협은행과 카카오·케이뱅크 등 14곳입니다. 대출 비교 플랫폼으로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등 4곳이 있습니다. 이 플랫폼들은 소비자가 과거에 받은 대출을 더 나은 조건의 다른 금융사 대출로 쉽게 옮겨탈 수 있도록 마련됐는데요.
전세대출 갈아타기 대상은 10억원 이하 아파트 다세대, 연립주택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SGI서울보증(SGI) 3개 기관의 보증부 전세자금 대출 상품만 가능합니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유의할 것은 기존 대출의 대출보증을 제공한 보증기관과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부 대출로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전세대출은 기존 대출을 받은 지 3개월이 지난 이후부터 전세 임차 계약기간의 절반을 넘지 말아야 갈아타기가 가능한데요. 통상 2년 만기인 계약 기간이 1년 넘게 남아야 대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관련 보증기관 등과 협의를 통해 전세 임차 계약기간의 절반이 도과한 후에도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담대 대환대출과 마찬가지로 현재 빌린 대출금을 증액할 수 있는 대환은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대출 한도가 기존 대출의 잔여금액 이내로 제한되는 것입니다. 다만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이 늘어나면 그 증가분만큼은 한도를 늘릴 수 있습니다.
온라인 대환대출 인프라에 전세대출이 포함되면서 대출금리가 어디까지 내려갈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광고판 모습. (사진=뉴시스)
은행권 '저금리 경쟁' 불가피
차주의 관심은 전세대출을 갈아타면서 이자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전세대출 금리는 꾸준히 올랐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4.4%로 같은 해 5월(4.09%) 이후 매달 오름세를 지속했습니다.
전세대출 금리 경쟁이 본격화하면 이 같은 상승세가 하락세로 전환, 3%대 초반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79~6.378%입니다. 지난달 초와 비교하면 두 달 여 만에 금리 상·하단이 모두 0.3%p 이상 낮아졌습니다.
인터넷은행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더 낮은 수준입니다. 토스뱅크의 이날 기준 전세대출 금리는 3.40~5.17%입니다. 카카오뱅크는 연 3.43~4.63%, 케이뱅크는 연 3.59~6.19%입니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영업 특성상 조달비용이 낮아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지난 9일 먼저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로 인해 은행 간 금리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는데요. 역마진을 감수하더라도 1000조원 규모의 주담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은행권은 해당 상품에 0.15~0.20%p 수준의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적용했습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14영업일 동안 총 1만6297명의 차주가 낮은 금리의 대출을 신청했고, 총 대출 신청규모는 약 2.9조원입니다. 이 중 대출 갈아타기 과정을 모두 마친 차주는 1738명입니다. 이들은 평균 금리를 1.55%p 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인당 연간 이자 절감액은 약 298만원입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세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중도상환수수료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중도상환수수료나 우대금리 등에는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전세대출 갈아타기도 은행권 금리 경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번 갈아타기 뿐 아니라 앞으로 새로운 전세계약에서도 보다 낮은 금리 대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31일부터 대환대출 인프라에서 전세대출을 갈아탈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금융결제원 분당센터 통합관제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