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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특혜 시비
'불법계좌 개설' 조사 중에도 인가 속도
입력 : 2024-02-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불법계좌 개설 사태로 금융감독원 검사를 받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특혜 시비가 일고 있습니다. 그간 금융사 신규 인가 조건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운 금융당국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행태인데요. 윤석열 대통령이 시중은행 과점 해소에 목소리를 내자 금융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 시장질서를 흐트러뜨리면서까지 무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금융위 "금융사고는 인가 심사와 별개"
 
금융위는 31일 정례회의를 열고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절차와 기준, 시일 등을 구체화해 의결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지방은행업 인가 폐기와 시중은행 신규 인가를 받는 방식이 아닌 인가 내용을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금융위는 "인가내용의 변경 방식의 경우 지방은행 인가에 대한 별도의 폐업인가가 불필요하며, 법적 불확실성의 해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전환 신청 자체는 (금융감독원의) 검사 진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감원장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금융사고 관련 제재가 확정되지 않더라도 당국이 인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힌 점입니다. 금융위는 금융사고가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확정 전이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사고라면 은행법상 인가요건 중 대주주 결격 사유나 은행업감독규정상 인가심사 중단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 지방은행의 영업범위가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임원의 자격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에 대해 면밀히 심사하겠다는 방침에 정면으로 배치되는데요.
 
앞서 지난해 8월 대구은행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증권계좌를 고객 동의 없이 무단으로 개설한 정황이 발각돼 대구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긴급검사를 받았습니다. 금감원은 긴급검사 결과(잠정) 금감원은 대구은행에서 1662건의 증권계좌 부당 개설을 적발했습니다.
 
그런데 시중은행 전환의 심사 주체인 금융위는 대구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해당 검사가 시중은행 전환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사유는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 29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대규모 불법계좌 개설 사고가 발생했고, 내부통제가 엉망인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오기형 의원의 질의에 "법률적으로 시중은행 전환 신청은 금융당국의 검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대신에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고와 관련해 임원의 제재가 예상되는 경우, 인가신청시 관련서류에 향후 제재가 확정될 경우 대상임원에 대한 조치계획 등 신청인의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그 적정성을 심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7월6일 대구은행 본점에서 열린 시중은행 전환 관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대구은행)
 
대통령 '과점 해소' 요구에 성과 내기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은행 독과점 체제를 두고 강도 높게 비판하자 금융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일례로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시 예비인가 절차는 의무화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이미 인적·물적설비 등을 갖추고 은행업을 영위중인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반드시 예비인가를 거칠 필요는 없다는 취지입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은행의 막대한 수익을 두고 또다시 '독과점' 탓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주문했는데요. 당국은 지난해부터 별도의 팀까지 꾸리고 수개월에 걸쳐 은행 독과점 해소 방안을 찾았지만 별다른 결과물이 없는 상태 입니다.
 
지급결제전문은행, 중소기업대출 전문은행 등 특화은행 설립을 예고했지만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으로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유일합니다. 현행 금산분리 규제상 지배구조 개편없이 금융위 유권해석 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정 분야나 고객층에 금융서비스를 집중 제공한다는 특화전문은행 설립도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 사태 발발을 계기로 동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네번째 인터넷전문은행에 나서겠다는 핀테크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컨소시엄 구성이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 경우 선발주자인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조차도 고신용자를 위한 주택담보대출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등 개혁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단기간 내 시장 경쟁을 촉발할 '은행권 메기'가 진입하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총선을 앞두고 특정 지역의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하게 인가 심사를 추진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 인가 심사 기준이 내부통제 구축을 비롯해 '임원의 적정성'"이라며 "대구은행이 불법계좌 계설 문제로 임직원의 제재가 예고되는 가운데 당국이 인가 심사와 별개의 문제라고 밝히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DGB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기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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