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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군불때기…'양치기소년' 된 우리금융
비은행 인수 관련 여러차례 입장 바꿔
입력 : 2024-02-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비은행사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군불때기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우량 매물을 찾겠다고 했다가 마땅한 매물이 나타나지 않으니 여러 차례 입장을 바꿔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엔 '적자' 포스증권 인수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우리금융의 비은행 금융사 인수설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번에는 한국포스증권인데요. 우리금융은 "매물로 나오는 모든 증권사가 검토 대상"이라는 입장입니다. 
 
현재 한국증권금융은 한국포스증권 지분율 51.68%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 2018년 온라인 증권사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했지만 계속된 적자로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2년말 기준 한국포스증권 영업손실은 71억원, 당기순손실은 72억원입니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포스증권 인수 가능성에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를 비롯해 보험사, 저축은행 등 사실상 모든 비은행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검토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신뢰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우리금융이 난데없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인수 시기나 금액 등 대략적인 구상이 나온 뒤 이를 알리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구상부터 밝혔습니다. 
 
금융위로부터 지분매각 명령을 받은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와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90%를 올해 4월 초까지 매각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인수 공식화 두달 여 후 우리금융은 결국 인수 의사를 접었는데요. 매물 가격에서 상상인과의 입장 차가 크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지만, 뒷말이 많습니다.
 
우리금융의 상상인 인수 검토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업 인수를 공식화 한 바람에 매도 측은 물론이고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입장 정리가 안되는 혼란이 벌어졌다"며 "아무리 비은행 인수가 급한 상황이라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실적 발표 시즌에 M&A 이슈를 부각해 실적 부진을 감추려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실적 시즌에 돌입할 때 인수설이 불거지고 우리금융은 실적발표회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등 최대한 활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우리금융은 오는 2월6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데요. 이 자리에서도 포스증권 등을 비롯해 최근의 매물 인수에 대한 질의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초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증권사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 중이다. 사진은 임 회장이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출근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M&A 전략 오락가락 행보
 
작년에도 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지거나 매각 명령이 떨어진 금융사 이슈에 우리금융은 단골손님처럼 인수 주체로 거론된 바 있습니다.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매각 얘기가 나온바 있는데요. 모두 사실 무근입니다.
 
인수를 포기한 상상인저축은행도 당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있는 금융사로 거론되며 부실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포스증권 역시 적자 증권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자본금도 2023년 1월 기준 698억원으로 소규모 증권사에 속합니다. 
 
우리금융이 인수 의사가 있는 매물 기준을 밝히면서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균형 잡힌 수익 구조를 보유한 중형급 이상의 매물을 선호한다는 기존 입장과도 배치됩니다. 중형 증권사는 보통 자기자본이 1조~3조원 규모의 회사를 말합니다.
 
그간 우리금융지주가 유지했던 인수 방침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발언, 전략 담당 임원의 발언이 모두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그동안 줄곧 증권사 먼저 인수하고 보험사 매물을 찾되 상황에 따라 순서는 유동적이라는 기조를 유지했는데요. 적정한 매물이 있으면 증권사와 보험사도 인수할 계획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임종룡 회장은 지난 8월께 "보험사 인수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는 상황에서 증권사 최우선 M&A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인데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성과를 내려고 자칫 급매물로 나온 부실 금융사를 인수할 우려도 나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업황이 좋아지기 전에 위기에 놓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긴하다"며 "다만 금융사 최대 과제가 리스크 관리 인 상황에서 M&A 이후 정상화 시키는 작업에 시간과 비용을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비은행 강화에 힘쓰고 있지만, 적당한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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