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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언론 5곳 광고 중단…기준은 '비판' 유무
브랜드 홍보비, '언론사 길들이기' 방편으로 전락
입력 : 2024-02-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의 '언론 길들이기' 수단은 홍보비입니다. 기업은 각 언론사의 영향력 및 광고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체별 홍보비를 책정하는데요. 우리금융은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본래 목적보다, 현직 회장과 회사에 비판적 기사를 작성했느냐 유무로 광고비 집행을 결정하고 있습니다. 광고비 수익에 의존하는 언론사일수록 우리금융 방침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언론인 출신 임원, 홍보비 쥐락펴락  
 
우리금융은 올 들어 <뉴스토마토>를 비롯한 언론사 5곳에 광고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사내 직원들로 구성된 내부 모니터링단을 가동한 결과, 이들 매체가 이른바 '비판 언론'으로 분류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가짜뉴스'나 허위선동 뉴스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단순히 우리금융에 대한 기사 논조가 우호적인지 비우호적인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비판적 기사에는 어떠한 해명이나 정정 요구를 내놓지 않는 대신 광고비 삭감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우리금융의 이런 행태는 임종룡 회장이 지난해 취임한 후 장모 브랜드 부문장(부사장)이 선임되면서 본격화 했습니다. 기자 출신인 장 부사장은 지난 2022년 종편 채널 보도국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구성원들의 반대로 내정 철회된 바 있는데요. 이듬해인 2023년 우리금융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우리금융 브랜드부문은 조직도 상으로 우리은행의 브랜드홍보그룹과 분리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장 부사장이 지주사와 은행 홍보 업무를 통합 관할하고 있습니다.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권에서 브랜드 담당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요. 임 회장은 '연세대 금융인회'(연금회) 핵심 관계자의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금융은 비판 논조를 이어온 언론 매체 5곳에 광고 중단을 통보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광고 중단, 비용절감 아닌 언론 길들이기 
 
임 회장의 등장 자체도 논란 투성이었습니다. 지난해 임 회장 선임 직전부터 우리금융은 금융권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근혜정부 당시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급부상하자 '관치'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게다가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시절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해 이해관계 논란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는 여러 구설에도 쟁쟁한 내부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우리금융 수장에 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은 징계무효 소송을 포기하고 연임 의사를 접었습니다. 자연스레 정부의 입김이 미친 결과로 해석되어졌습니다. 임 회장 취임 후에도 우리금융의 실적 부진은 계속됐고, 비은행 인수합병(M&A)도 1년 내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그의 경영 능력을 의심하는 지적까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아픈 지적들입니다.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질 않습니다. 우리금융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전직 임원들을 지난해 고액 연봉의 고문으로 선임, 전관예우 특혜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중징계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데요. 이들이 회사 내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고, 다른 임원들에게도 사실상 업무상 지시가 가능한 점을 고려하면 '위장 취업'에 가깝다는 의심까지 받았습니다.
 
우리금융은 장 부사장이 우리금융으로 이직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언론사에 10~50% 광고비 차등 삭감을 통보했습니다. 광고 지표와 포털 노출, 발행 부수, 매체 영향력 등을 기준으로 차등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우리금융은 임 회장의 비용절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올 들어 특정 언론사 5곳에 광고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우리금융 내부 모니터링 결과를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실상은 비판 기사의 유무였습니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 취임 이후 비용절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우리금융 판매관리비(판관비)는 임 회장 취임 이후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판관비는 3조4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1100억원) 늘었습니다. 물건비가 같은 기간 14.6%나 증가하면서 판관비 상승을 견인했는데요. 접대비와 광고선전비도 물건비에 포함됩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우리금융의 이번 광고 중단 조치는 비용절감보다는 언론 길들이기 목적이 더 크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장 부사장은 언론인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브랜드 홍보비를 언론 본연의 비판과 감시 역할을 막는 부당한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장 부사장은 "내부 직원들로 구성된 위원회(committee)가 우리금융 브랜드에 부정적 기사를 쓰는 매체에 왜 광고비를 집행하느냐 문제 제기를 했고, 홍보실은 그 의견에 따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박근혜정부 시절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회장이 선임된 후부터 우리금융을 둘러싼 '관치 금융' 논란이 시작됐다. 사진은 임종룡 회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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