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수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 3년 만에 첫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습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차기 공수처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공수처에서 재현 우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수사력 부족’, ‘무용지물’ 등 공수처를 향한 비난도 잦아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와 우호 여론이 새로 부임할 공수처장이 누구냐에 따라 이어질 수도, 또는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는 앞선 법무부의 ‘패소할 결심’ 사례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았던 정직 2개월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하고도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혀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법무부로부터 주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건의 이유로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징계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2021년 10월 정치적 중립 훼손을 제외한 3건의 사유를 인정해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가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2심 도중 윤석열정부가 들어섰고, 법무부 장관으로 대통령의 측근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소송을 대하는 법무부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1심에서 승소한 변호사들을 교체했고, 징계를 내렸던 법무부 장관의 정당성을 입증할 증인은 단 한 명도 신청하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습니다.
이 때문에 ‘패소할 결심’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2심에서 판결이 뒤집어지면서 법무부가 패소했습니다. 이어 법무부가 상고마저 포기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는 최종 취소됐습니다.
관건은 차기 공수처장…‘정치적 독립’ 중요
이 같은 상황이 공수처에서도 재현될 수 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 사건 재판은 2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유력합니다.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 검사장이 항소의 뜻을 밝혔고, 공수처 역시 판결문을 검토 후 항소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한 인물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될 경우, 이 재판을 대하는 공수처의 태도도 앞선 법무부처럼 바뀔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아울러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등의 수사 역시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차기 공수처장은 아직 지명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지난해 11월부터 윤 대통령에게 추천할 후보자 2명을 선정하기 위한 회의를 6차례 열었지만, 판사 출신 오동운 변호사 외 나머지 1명을 선정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나머지 최종 후보로는 판사 출신 김태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한주한 변호사, 검사 출신 이혁 변호사가 거론됩니다. 이들은 지난 5차 회의에서 4명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종 후보로 낙점되기 위해선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후보추천위는 오는 6일 7번째 회의를 열고 다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후보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하면, 이 중 1명을 윤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됩니다.
공수처.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