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우리금융, 비판언론에 '광고탄압'
비판언론에 일방적 광고 중단 통보…중심에 '기자출신 브랜드부문장'
입력 : 2024-02-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언론 길들이기'가 도를 넘어섰습니다. 우리금융과 임종룡 회장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작성했느냐를 기준으로 우호적 또는 비우호적 매체로 언론사들을 분류하고, 향후 논조와 기사 방향을 보고 광고 집행을 고려하겠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는데요. 내로라하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의 브랜드 홍보비가 비판적 언론 입막음 수단으로 전락한 셈입니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명백한 광고 탄압"이라며 일제히 우리금융 행태를 비판했습니다.  
 
"비판적 언론에 왜 광고비 집행하나"
 
우리금융은 최근 자사에 비판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사 5곳에 일방적으로 광고 집행 중단을 통보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우리금융은 사내 직원들로 구성된 위원회(committee)를 가동하고 있는데요. 해당 위원회에서 자사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기사를 생산한 언론에게 왜 광고비를 집행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했고, 홍보실은 이들 의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우리금융 측 해명입니다.
 
우리금융은 앞서 지난해부터 비판적 논조의 기사에는 어떠한 해명이나 정정 요구를 내놓지 않은 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 언론사에 10~50% 광고비 차등 삭감을 통보하며 향후 있을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이에 상당수 언론은 우리금융의 방향성을 읽고 우호적 기사로 논조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광고를 무기로 비판성 기사들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한 겁니다.  
 
논란의 중심에는 기자 출신의 장모 브랜드 부문장(부사장)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22년 종편 채널 보도국장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구성원들의 반대로 내정 철회된 바 있는데요. 이듬해인 2023년 우리금융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순혈주의가 강한 은행권에서 브랜드 담당 임원을 외부 출신으로 채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대학 선배인 임종룡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가 처한 사정을 고려하면 임 회장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앞서 임 회장은 '관치' 논란을 딛고 우리금융 수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임 회장은 박근혜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지낸 바 있으며,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우리금융은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특성상 '주인 없는 회사(소유분산기업)'로 불립니다. 정부가 인사나 경영에 개입할 여지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는데요. 이 같은 사정은 자연스레 정부의 대언론 기조와 궤를 같이 하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윤석열정부가 편향적 언론관으로 언론을 편가르기 한 상황에서, 우리금융도 비판적 언론에 광고를 협박용 수단으로 꺼내들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읽힙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부터 비판적 기사에는 어떠한 해명이나 정정 요구를 내놓지 않는 대신 광고비 삭감으로 대응해 왔다. 사진은 서울 중구 우리금융지주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정치권·언론계 "명백한 광고 탄압이자 언론 통제"
 
정치권과 언론계는 우리금융의 일방적 광고 집행 중단이 '언론 통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광고를 무기로 언론 스스로 자기검열에 빠지게 하는 등 언론 자유를 크게 위축시켰다는 지적입니다. 명백한 편집권 침해라는 비판과 함께 우리금융에 대한 긍정적 기사만 노출시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했다는 분석도 뒤따릅니다. 정치 및 자본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 비판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언론계가 이를 공론화해 집단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습니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기업이 광고 집행을 통해 자사에 대한 비판적 기사에 부정적인 태도로 대응한다면 언론사의 편집권 독립 원칙에 명백히 위배된다”며 “기업이 광고를 목적 외 언론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광고를 집행하는 데 있어 자사 비판기사 여부를 핵심 기준으로 삼고, 광고를 빌미로 보도내용에 영향을 주려는 건 심각한 월권”이라며 “언론사에 보장된 편집권과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같은 문제인식을 나타냈습니다. 민간 기업이 광고 집행을 무기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뉴스 소비자인 국민들에게 편향된 정보만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특히 이런 일이 반복해서 발생할 경우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려 다른 언론사들에게 본보기로 삼고 긍정적인 뉴스만 생산할 것을 강요하는 압박이 관행처럼 굳어질 것을 염려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기업이 광고 수주를 무기로 언론의 비판 기능을 통제하는 것은 상당한 문제"라며 정무위 차원에서 공론화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 지도부도 가세했습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역으로) 기업이 광고비를 많이 준다고 비판 기사를 안 쓰는 것도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고, 서은숙 최고위원은 "(비판 언론의) 돈줄을 끊어버리려 것으로, 말이 안 된다"고 질타했습니다. 민주당은 우리금융의 광고 중단 사태를 놓고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진상 파악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우리금융은 지난 1월 <뉴스토마토>를 비롯한 언론 매체 5곳에 광고중단을 통보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의 우리금융지주 본점 모습. (사진=우리금융)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