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은 올해 기본 원칙을 정립하고 시장 질서를 엄격하게 바로잡겠습니다. 올해부터 그릇된 결정을 내리거나 금융기관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회사는 시장에서의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조치하겠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올해 중점 추진하고자 하는 감독 방향을 '공정한 금융'이라고 강조하면서 국민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책무를 외면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며 엄중 경고했는데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과 관련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콩ELS 불완전판매 엄정 대응"
이 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금융회사는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단기 실적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며 "리스크 관리에는 소홀한 채 단기적 이익은 사유화하고 뒤따를 위험을 소비자 등 사회에 전가하는 행태 등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ELS 불완전판매를 통해 과도한 성과급·수수료를 받는 금융사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인데요. 이 원장은 홍콩 ELS와 관련해 "확인된 불완전판매에 대해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는 한편, 고위험 상품 판매규제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을 통해 다시는 후진적 형태의 불완전판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실태점검 결과 ELS 판매한도 관리 미흡, 핵심성과지표(KPI) 연계, 계약서류 미보관 등 문제점을 확인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8일부터 11개 주요 판매사(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진행하면서 불완전판매 사례를 파악했습니다.
금감원은 설 연휴 이후 2차 현장점검을 통해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이달 안에 배상기준안을 마련해 분쟁조정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입니다.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은 지키되 불완전판매에 대해서는 판매사·임직원에 대한 엄중히 문책한다는 방침이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종합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홍콩 ELS 판매사에 대한 투자자 자율배상 노력도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 원장은 "검사 진행 과정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정한다고 한 만큼 소비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체배상을 진행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내부 의사결정상 자체배상이 어렵다는 금융사에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부동산PF, 이해관계 저항 불사"
또한 이 원장은 부동산 PF를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하며 부실 정리를 강조했는데요. 이해관계에 기반한 것이라면 다소 강한 저항이 있더라도 그냥 뚫고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미국의 국공채 금리 상승에 따른 시장금리 흔들림이 있었다"며 "이제는 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겠다는 인식이 형성된 만큼 시장적 방법으로 부동산 PF 부실을 정상화할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요인을 철저히 점검해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유도하고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부실자산에 묶여있던 자금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개별 금융회사의 사정을 더 많이 봐줬다면 지금은 원칙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주단 협약에서도 협약 취지에 맞게 유의미한 소수가 원한다면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2022년 말부터 금융회사와 주요 건설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해왔다"며 "상반기 중 태영건설급으로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만한 건설사 유동성 이슈가 눈에 보이는 정도로 있는건 없다고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감원은 연착륙이 목표인 부동산 PF에 대해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위험요인을 철저히 점검한 이후 구조조정과 재구조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금융회사의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해 개별 자산의 부실이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부실자산에 묶여있던 자금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부문에 흘러가도록 자금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민생침해 금융범죄에 대한 예방·차단·단속·피해구제 등 유기적 대응을 위해 민생침해 금융범죄 대응협의체를 운영하고,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불법대부거래와 조직형 보험사기, 불법 리딩방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공정금융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불공정한 금융거래 관행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협상력이 낮은 소비자에 대한 수수료 차별, 거래조건 강요 등 불공정 영업행위를 집중 점검하고, 다수 금융사가 관련된 사건에 대한 테마검사와 동일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연계검사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지배구조 가이드라인(Best Practice) 반영 현황 점검, 책무구조도 제도 안착을 위한 실무기준 마련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과 책임경영 문화 안착을 유도키로 했습니다. 아울러 금융사고 보고·관리체계 실효성 관리 등을 위한 제도개선을 통해 내부통제 역량 강화를 추진합니다.
금융감독원은 5일 '안정·민생·신뢰·미래' 4대 추진방향과 12개 핵심과제를 담은 2024년 감독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