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글로벌'을 강조한 KB금융지주, '고객중심'을 주창한 신한금융지주 등 리딩금융사들이 금융당국의 정책과 보조를 맞추며 미래 먹거리 창출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그간 은행들에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해외에 나가 IR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영업 백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당국과 시장의 이런 움직임이 어떤 시너지를 낼 지 관심이 쏠립니다.
양종희호 KB금융, '글로벌 확대' 키워드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그룹의 '리딩금융' 지위를 굳히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이자·비이자이익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자 글로벌 도약을 위한 발판 다지기에 나선 것인데요.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해 아시아 대표 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춰 나가겠다는 게 KB금융의 목표입니다.
KB금융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30%, 2040년 4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의 선두권 도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투자운용, WM, 보험, 글로벌' 4대 영역에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 또한 한층 높여나겠다"며 글로벌 부문 강화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올해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부문'을 지주 전담조직으로 전환했습니다. 기존에는 지주 부회장 3명이 글로벌을 포함한 10개 부문을 나눠 담당했는데요. 글로벌, 디지털·IT, 보험 등 세 부문으로 단순화했습니다. 특히 지주 조직도에서 글로벌 부문은 디지털, IT부문을 제치고 가장 앞단에 배치되며 지주의 전략적 목표 최우선 순위가 됐습니다.
핵심 계열사인 국민은행에서도 글로벌 부문을 앞세웠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13일 전략회의를 열고 향후 집중해야 할 5대 전략 방향을 제시했는데요. 이중 하나로 ‘새로운 비즈와 글로벌 확장’을 꼽았습니다.
올해는 기준금리 인하가 예정된 만큼 전통적 수익 기반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지속 떨어지면서 이자이익을 대규모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이를 글로벌 성과를 통해 메우겠다는 게 최근 은행권 전반의 생존전략이기도 합니다.
KB금융 핵심 계열사들도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올해에만 인도에 지점 두 곳을 추가 개설할 예정입니다. 13억명에 이르는 인구 인프라와 성장성을 갖춘 인도는 국내 대기업들이 다수 진출해 있어 KB의 금융 노하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심사를 받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각각 1명의 개설준비위원장을 발령내기도 했습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왼쪽)과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그래픽=뉴스토마토)
진옥동호 신한, '고객 중심' 강조
리딩금융 자리를 다투고 있는 신한금융의 경우 '고객 중심'을 기반으로 한 금융 혁신을 올해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고객중심은 신한을 이끌어 온 원동력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키워드"라며 "규모와 성과에만 몰두한다면 '고객'이라는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새해 경영포럼에서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를 강조했습니다. 진 회장은 "그룹의 최우선 전략과제인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를 철저히 하고, 경영자를 포함한 리더들이 '솔선수범'의 자세로 '궁리'의 주체가 돼 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같은 기조로 진 회장은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신한금융의 11개 부문을 △전략 △재무 △운영 △소비자보호 4개 부문으로 통합하고 부문 내에는 파트 조직을 신설하나 바 있습니다.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들도 최우선 가치를 고객 중심으로 내세우고 고객에 인정받는 일류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전략 방향의 핵심 키워드를 '고객몰입'으로 설정했는데요.
기존의 상생금융기획실과 사회공헌부를 통합해 격상시킨 '상생금융부'를 신설하고 상생금융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리스크 관리 부분 배테랑 임원을 선임해 금융권 이슈에 대해 다양한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는데요. 각 영업그룹에도 자체적인 내부통제 기능을 부여해 현장에서부터 더욱 촘촘한 내부통제가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기본, 신뢰, 미래 세가지 경영키워드는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유지할 것이며 그중에서도 '기본과 신뢰'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며 "재무적 성과나 미래준비도 중요하지만 고객과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기업시민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금융 실천에 진심을 다해야하며, 소비자보호·내부통제는 올해도 더욱 강조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이 보조를 맞추는 행보에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과 늘어가는 가계부채를 근거로 민생을 향한 은행들의 사회적 책임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인데요. 고객 최우선 보호와 비이자이익 확보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역동적인 금융'을 꼽으면서 금융사 해외진출 활성화 등 금융의 글로벌화에 팔을 걷어붙이겠다고 했고, 금융감독원은 올해 업무계획의 핵심 방향으로 고객 이익을 최우선하는 '공정한 금융'을 내걸었습니다. 당국 지침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따르는 게 아니라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조직 쇄신과 새 수익 발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이 ‘2024년 신한경영포럼’에 참석해 총평을 전하는 모습.(사진=신한금융)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